27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중에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
가끔 동창들끼리 만나면 전교조 선생님인 그 친구와 노동조합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대화가 꽤나 잘 통했다. 사회적인 문제, 노동문제, 교육문제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길게 토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학기 초라 친구가 부모님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서로 바빠서 만나기 쉽지 않으니 전화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은 통화를 30분 넘게 한 적이 있다. 부모님들과 상담 중에 있었던 일들을 전화로 이야기해준 것이다.
친구는 현재 자기반의 반장이 엄마가 안계신줄 생각도 못했는데 부모 상담에 반장 아버지가 오셔서 애 엄마가 2년 전에 세상을 떳다고……. 그래서 아이가 반장이 되면 엄마가 자모회도 해야하고 학교에 이래저래 도움을 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하더란다. 그래서 아이가 반장을 안하면 안되냐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고민할 거리도 아니라는듯
“아버님 아이가 학교에서 반장을 하는거지 엄마가 반장을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반장은 친구들의 추천에 의해 친구들이 뽑아준 만큼 반장의 할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자모회 같은게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자모회가 없으면  좋겠다는 입장이구요. 그러니 아무 걱정마시고 반장 생활이나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말에 아버님은 감사하다는 말만 계속하시다가 돌아가셨단다. 이 반장아이가 공부는 물론 말도 너무 다부지게 잘하고 교우관계도 너무 좋아서 본인이 반장을 안나가겠다고 해도 친구들이 너무 많이 추천을 한 모양이다. 다만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결벽증이 있고 성격이 약간 소심해서 담임인 친구가 요즘 반장 성격개조에 힘쓰는 모양이었다.
또 다른 상담은 장애가 있는 아이였다. 친구는 그 아이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줄 알았는데 부모와 상담하는 중에 어릴 때 고열로 인해 후천적인 장애를 가지게 됐단 걸 알게 됐다. 여자아이인데 살도 많이 찌고 자폐증세도 있고 하니까 학기초인 지금 남학생들과 몇몇 여자아이들도 놀림이나 왕따를 시키는 모양이었다. 상담 전 친구는 벌써 그 사실을 알고 반 전체 아이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고 한다.
“너희들중 ㅇㅇㅇ친구를 괴롭히거나 놀리는 행동을 한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손 들어봐”
아니나 다를까 남학생들 대부분과 상당수 여자 아이들도 손을 들더란다.
“선생님은 자기보다 약하고 부족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제일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학생들. 가장 찌질한 놈들이 누군지 아니?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놈들이야. 그렇게 못난 놈들이 될래? 선생님은 너희들이 그런 못난이가 되지 않길 바란다. 오늘 이후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정말 많은 실망을 할 거 같다.”
그 뒤로 괴롭히거나 왕따시키는 일은 현저히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 종종 남아있다니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교사와 학무모 상담은 특별히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 부모와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상담이 필요한 부모들은 정작 바빠서 오지 못하고 굳이  상담을 안해도 되는 아이들 부모는 얘기를 안해도 학교에 찿아온단다.
새학기라 이래저래 바쁜데 상담도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특히나 자기반에 유별난 아이들이 많다고……. 나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박선생 학교에서 박선생이 제일 잘하고 아이들 지도도 잘 하니까 박선생한테 맡기는 거야. 어쩌겠어. 잘난 업보지. 하하하”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 한술 더 뜬다.
“그건 그래. 내가 원래 성격도 좋고 뭐든 똑 부러지잖아.”
어쨌든 언제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아이들 편에서 바라보고 가르치는 친구에게 응원을 보낸다. 요즘도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전화로 이야기도 하고 푸념도  늘어놓곤 한다.
친구야 너같은 선생님들만 계시면 이나라 교육 걱정 안해도 될텐데.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을텐데. 아무튼 고맙다. 그 마음 끝까지 잘 이어가라. 내가 늘 응원할께!

 

글쓴이 : 염기유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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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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