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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신부님덕에 맺은 인연 - 회원탐방 차금식

 

재향군인회상조회에서 일하는 차금식 회원을 8월 13일 만났습니다. 죽은 사람도 결국은 산 사람이 죽은 것인데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습니다.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차금식 회원도 왠지 무섭고 어두울 것 같았지만, 환한 미소가 아름답고 사람을 아끼는 분이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길에 함께 하는 차금식 회원, 지금 만나보세요.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시나요?
장례가 발생됐을 때 처음 출동부터 마지막 장지까지 전체를 지도하는 일을 해요.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으면 고인이 계신 장소로 출동해서 장례식장으로 모셔요. 1일차에는 장례 상담, 장례 컨설팅, 2일차에는 입관 및 염습, 종교별 예법 지도, 3일차에는 장지 수행, 집례를 해요. 장례 치르는 동안에는 유족 곁에 있어드리죠. 일 특성상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어요. 한달에 여섯분 정도 장례를 치러드려요.

 

#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 고등학교때부터 성당에 다녔는데 2003년도에 성당 신부님이 연령회 활동을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연령회는 본당 신도들의 단체로 주로 임종하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의 장례,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예요. 처음에는 신부님이 왜 저에게 이 활동을 하라고 했는지 의아했지만 봉사직분으로 섬겨야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받고 활동하게 됐죠. 신부님께서 어떤 이유로 제게 연령회 활동을 권하셨는지는 모르지만 그 계기로 10년 넘게 이 계통의 일을 하고 있어요. 연령회 활동을 시작으로 장례식장, 납골당 분향 사업, 보람상조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재향군인상조회에서 일하게 됐어요.

 

# 죽은 사람을 염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에 어땠는지?
처음 죽은 사람을 염습한 날은 자꾸 그 분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이 일을 못하겠다 싶어서 신부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신부님께서는 그 분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죠. 정말 신기하게도 그 분을 위해 기도했더니 그 분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그 이후에는 돌아가신 분을 뵈어도 편안히 주무시는 모습으로 보여요. 솔직히 산 사람이 무섭지, 죽은 사람이 무섭나요. 처음 그 기도 덕에 거리낌없이 이 일을 할 수 있었어요.

 

# 일하면서 보람될 때, 힘들때는 언제인지?
일을 하다보면 죽음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하게 되요. 죽음을 묵상하며 삶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금 잡게 되요. 또 장례를 치르고 나서 유가족들이 고맙다고 말해주시면 참 보람차죠. 봉사 직분이잖아요.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좋아요.
일하며 힘든 건 시간적인 부분이에요.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으면 출동하게 되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자나요. 낮, 밤 가리지 않고 갑작스레 연락이 오니 24시간 늘 대기하고 있을 수 밖에 없어요. 멀리 놀러가고 싶어도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죠. 집안에 상이 있지 않은 이상 휴가 내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365일 늘 대기 상태예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 기억에 남는 유가족이 있나요?
네, 있어요. 홍주 장례식장이었어요. 미망인이 80세가 넘으실만큼 연세가 많으셨어요. 남편되시는 분도 나이가 차서 돌아가셨죠. 두 분이 참 오래 사셨을 것 같은데도 그 첫사랑의 느낌이 남아있더라고요. 미망인이 남편을 바라보는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었죠. 자제들도 사랑으로 키워서 그런지 다 잘 됐더라고요. 지금까지도 그 부부를 잊지 못해요. 이 부부 말고도 고맙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은 늘 기억에 많이 남아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장례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낙후되어 있어요. 고령화 시대에 맞춰서 장례 산업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 장례의과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장례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장례지도사는 다행히도 정년이 없어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일을 하며 발전시키고 싶어요.

 

# 센터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어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부당해고를 당했었어요. 그때 한 신부님께서 센터를 소개해주셨죠. 처음 센터를 알게 된 건 그때예요. 상담하고 법률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신뢰가 갔어요. 또 제가 뜻한 바도 이뤄져서 늘 감사했죠. 고마운 마음이 늘 있었어서 회원가입을 제안 받았을때 흔쾌히 인연을 맺게 됐어요. 앞으로도 센터가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끝>

 

글정리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 사진 : 육성준 (충청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