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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성명&논평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문

 

 

 

미안합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나쁜 사장님과 무심한 공무원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자리에 선 우리 스스로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잠시드 씨는 노동자 200명가량이 일하는 ㈜성일모티브에 근무하면서 산업용 기름폐기물을 야산에 갔다 버리는 일에 동원되었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매달 한 번씩 800kg었답니다.  잠시드 씨가 버린 1공장 기름만 10,000kg인 셈입니다.  주위 나무들이 병들어 죽었습니다.  사장한테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어디다 신고하면 불법체류 만들겠다 했답니다.  진천군에 찾아갔더니 그냥 돌려보냈답니다.


잠시드 씨는 가혹하게 일했습니다.  잠 안재우고 51시간, 30여 시간, 20여 시간, 18시간 이렇게 혹사를 시켰습니다.  2014년 4월 출퇴근기록을 보니 430시간가량 일을 시켰습니다.  1일 8시간 주 40시간 일할 경우 한 달 172시간 나옵니다.  힘이 세다고 그리 시켰답니다.


이 회사 관리자들은 이주노동들한테 욕은 일상사이고, 목을 들게 하여 손 옆날로 치기도 합니다.  코딱지를 손가락으로 파서 이주노동자의 얼굴이나 옷에 발랐습니다.  뒤에서 바지를 벗기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습니다.  주로 약해 보이는 이주노동자들을 괴롭혔습니다.  커피를 안 갖다 바친다 해서 작업속도를 늘리는 일,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안 만들어준다고 일을 안 주겠다 협박하는 일도 있습니다.


사장님한테 호소를 해도 일이나 하라 하고, 주무기관인 고용센터에 가서 하소연하니 공무원은 한국이 늘 그러니 열심히 일하라며 돌려보냈답니다.


잠시드 씨는 5월 2일 작업용 칼에 손가락 절반 정도가 절단되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기숙사에 있는데 대리가 찾아와 “너 당장 나와. 사장님이 부른다”고 했답니다.  잠시드 씨가 “나는 안 가겠다. 손이 너무 아프다”고 했지만 강제로 차에 태우고 회사로 갔답니다.  지금도 잠시드 씨는 손가락 통증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성치 않은 손가락 때문에 기계 세척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산업용 세척제를 취급하는데 그 세척제에 경고 표지가 있었지만 비닐장갑도 아무런 보호장구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다리에 세척제가 튀어 피부가 심하게 헐었습니다.


손가락이 너무 아프고 몸도 성치 않아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고 말하고 기숙사에 쉬었습니다.  근무태만과 무단결근으로 11월 1일 해고했습니다.


이 자리에 선 우리가 부끄럽습니다.  고용센터 공무원이 얘기했다는, 한국은 늘 그러니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런 현실을 노동, 시민사회단체에 있다는 우리부터가 방치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우리가 직접 회사를 고발하고 중한 처벌을 요구하겠지만, 너무 한국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2014년 11월 27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