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이슈/기사&칼럼

사람이면 누구나 먹는 것이 밥

탁~ 탁~~ 대걸레로 바닥을 치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이제는 자명종 시계 소리처럼 들린다. 도교육청의 아침은 그렇게 청소노동자의 업무로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로 28일째, 우리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충북도교육청 본관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다들 지붕도 없는 천막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농성을 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점점 살림살이도 늘어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제법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또한 하루가 멀지않게 찾아와주시는 지역과 전국의 동지들의 연대는 우리에게 과분한 사랑과 든든한 힘을 주었고 멀리 제천에서 영동까지 각 지회와 분과 조합원들의 참여는 방학시기 조직정비와 조직 강화의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나 조합원들과 지역동지들이 날짜를 정해 손수 점심준비를 해오실때면 출장뷔페는 저리가라~ 푸짐한 밥상에 힘이 솟아난다. 이렇게 우리의 투쟁은 많은 것을 얻고 채워가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작년 12월이었다. 우리가 농성이라도 해야하나? 사실 농성은 기일선정에서 돌입방법까지 여러날을 거쳐 신중을 기했다.
그것은 비정규직 차별의 상징인 급식비지급 임금교섭이 교착된 상황에서 우리의 투쟁을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작년 11월, 충북을 비롯하여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임금요구안 쟁취, 특히나 정규직과 동일한 정액급식비 지급을 요구하며 이틀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파업을 전후로 전국의 교육청들은 급식비 지급 의사를 밝혔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정규직에게는 제외시켜왔던 상여금 지급까지 제시하였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은 “예산상 어렵다”,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대체 어느 교육청은 예산상황이 좋아서 선뜻 급식비 지급 약속을 할 수 있었을까. 대체 다른 교육청은 얼마나 신통한 노력을 했길래 이미 작년에 급식비 지급 약속을 할 수 있었을까.


전국 시도교육청들의 급식비 지급 약속은 비단 진보교육감 진영만의 일이 아니었다. 가까운 대전만 하더라도 이미 11월 파업돌입전에 급식비 지급 약속을 한 바있다. 그런데, 어쩜 진보교육감 진영에서 유일하게 충북교육청만 답을 내놓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의 요구가 과한 것일까? 밥값조차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해야 될일인가. 사실 우리가 급식비 투쟁, 농성투쟁을 벌이고 난 후 교육청 정규직 직원들에게 “비정규직은 밥값 못받는지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들이 몰랐을 수 있다. 담당부서나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들 역시도 ‘당연히 받는줄’알았기에, 머쓱해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급식비 지급은 당연한 것이다. 밥먹는데, 왕후장상이 따로 있고 정규직 사람과 비정규직 사람이 따로 있냐. 그냥 사람이면 누구나 먹는 것이 밥이기에, 우리는 요구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 서러운 것이고, 우리는 더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내일모레가 민족의 명절, 설이다.


처음엔 설연휴는 넘기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런 생각은 벌써 사라졌다. 설연휴도, 3월 개학도 우리는 이곳 도교육청 농성장에서 맞을 것이다.


교육청이 명확한 입장을 밝힐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더 크게 타오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 2013년 파업 당시 교육감이었던 ‘이기용’씨에게 우리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상징의식 때 ‘공로상’을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인즉 전국최악의 처우와 탄압을 자행한 결과로 충북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치고, 단결하여 투쟁하게 된 것에 대한 ‘공로’를 치하했던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우리가 힘모아 만든 진보교육감이라도 본질적 관계는 사용자와 노동자이며,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불응한다면 우리는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전국적 변화의 처우조차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고 크게 투쟁해나가게 하는 공로(?)가 될 것이다. 지금의 급식비 지급 요구는 어쩌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급식비 지급 요구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대표적 요구일 뿐 학교에서 비정규직 차별은 수도 없이 많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투쟁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농성장 사수~ 그런데, 이 농성은 언제까지 하게 될까 ㅎㅎ

 

글쓴이 : 구철회 조직국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