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이슈/성명&논평

노동위원회는 해고 노동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 주었을까 - 보도

[ 노동위원회는 해고 노동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 주었을까 ]

 

 

1. 노동위원회는 해고 등 각종 징계, 인사 명령, 노조 탄압 행위 등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판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가 바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가 소송보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구제받을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노동위원회는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역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청북도에 있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모두 충북지방노동위원회 관할이고,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한 당사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2.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을 때, 노동위원회는 노동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 주었을까요? 청주노동인권센터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5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구제신청 사건에 관한 처리 결과를 받아 분석하였습니다.

 

3. 2015년에 접수된 구제 신청 사건은 총 357건으로 집계되었고, 해고 277(78%), 해고 외 징계 25(7%), 인사명령 30(8%), 부당노동행위 25(7%)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사건 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357건 중에서 취하 115(32%), 화해 145(41%), 각하 17(5%), 기각 29(8%), 일부 인정 8(2%), 전부 인정 43(12%)으로 나타났습니다.

 

4. 자료 자체의 한계와 비교 분석의 어려움 등을 무릅쓰고, 몇 가지 특징을 도출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노조 탄압과 관련된 부당노동행위 인정율이 매우 낮습니다.

 

25건 중에 4건이 인정되었고, 4건 중 3건이 같은 사용자의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인정되지 않는 셈입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의 입증 책임을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에게 지우는 현행법이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날로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노조 탄압 행위를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게 지운 입증 책임을 완화하거나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아울러 부당노동행위를 행한 사용자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 탄압 행위의 피해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화해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총 사건 중 화해가 성립되어 종결된 비율이 41%입니다. 화해란 노동위원회의 중재 아래 노사 간에 합의를 하여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화해를 통해 노사 간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노동자가 원직 복직을 원하지 않고 적절한 금전 보상으로 합의되어 화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화해를 통해 결정되는 금전 보상 수준이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보다도 낮은 점, 현재의 법과 제도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제시하는 낮은 조건이 노동자에게 강제되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화해율이 높다고 하여 노동자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공정하게 판정을 내려야 할 노동위원회의 심판 기능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서 원만한 화해를 내세우며 지나치게 화해를 권고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해 조건이 공정하게 설정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구제신청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고 사건의 인정율이 18%에 불과합니다.

 

구제신청 사건 357건 중에서 해고 사건은 277건으로 78%를 차지합니다. 해고 사건 277건의 처리 내용을 살펴보면, 취하 93, 화해 123, 각하 16, 기각 12, 일부 인정 5, 전부 인정 28건입니다.

 

취하된 사건을 제외하고 부당해고 인정률은 약 18%에 불과합니다. 이는 화해를 부당해고 인정으로 볼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도출된 수치입니다. 노동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공정한 심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부당해고 등의 판정을 받고도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는 사용자가 많습니다.

 

구제신청 사건 중 취하 또는 화해로 종결되지 않은 97건 중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된 사건은 42건입니다. 42건의 재심 사건 중에서, 사용자가 신청한 사건은 26건으로 62%를 차지합니다. 초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등의 판정을 받고도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한 사용자가 절반 이상이란 뜻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노동자입니다. 법과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심 구제명령에 불복하여 재심 신청을 한 사용자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실제 부과되는 금액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사용자에게 구제명령 이행을 강제하는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 받는 당사자는,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입니다. 초심 지노위에서 내린 부당해고 판정을 사용자가 충실히 이행하도록 이행강제금 부과액을 높이는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5. 앞에서 살펴본 대로, 노동위원회 제도는 그 취지는 좋지만 억울한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관련 법과 제도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화해 제도로 공정한 심판 기능을 대체하겠다는 것도 모순입니다. 노동위원회가 공정한 심판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기를 바랍니다.

 

 

 

2016427

 

청주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