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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노사는 한가족?

기업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이다. 한 솥 밥을 먹는 가족이라는 이야기인데 사장은 아버지뻘이고 관리자들은 형님뻘이 되고 현장의 사원들은 그 사장의 자식이니 가문의 영광과 번영을 위해 힘쓰자는 논리다. 어찌 보면 그럴 듯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가 살아남아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논리이기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기업주가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세계경제 불황의 여파로 조선 해운 철강 등 산업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조선해양은 조선 3사가 과다경쟁으로 벌여놓은 해양플랜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은행의 추가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정부가 긴급자금을 투입키로 하였다. 그러면서 조선 3사에 자구안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노동자들을 자르고 인건비를 줄여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거제지역 대우와 삼성에 근무하는 이른바 물량팀(20~50명단위의 계약직)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정리해고 대상이 되고 있다. 정규직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사무직 1천 500명과 생산직 5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데 이어 최근 설비지원 사업부를 분사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공개했다. 해당 사업부에서 일하는 정규직 994명이 자회사를 비롯한 하청업체로 옮겨야 한다. 

연말에 발생하는 1천여 명의 정년퇴직자 빈자리에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체 직원규모는 더욱 줄어든다. 대우조선해양은 직원 1만 3천명 가운데 2020년까지 3천명을 감축하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최근 채권단에 제출했다. 매년 600여명을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바람이 다소 잠잠하던 삼성중공업도 2018년까지 전체 인력의 30~40%(4천 200명~5천 600명)를, 올해는 1천 900명의 인력을 줄인다는 구조조정안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3개 조선소에서 올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는 무려 6천여명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도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서도 마찬가지였고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모든 것이 재벌을 시작으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이들에 대한 책임과 재발방지책은 다루어지지 않고 정치 공방과 책임전가만 난무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2012년부터 3년간 5조원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졌고 이 기간 동안 임원들은 65억원의 성과급을 챙겨갔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노릇이다. 

엄연히 말해서 노.사는 한 가족이 아니다. 노동자는 여차하면 쓰다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노동자들의 고통도 지속될 것이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경제위기에서 그 충격을 완화하여 노동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방법은 오직 노동자들의 단결과 정치적 진보 밖에는 없다. 조선 3사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의 길로 나서고 있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노조와 합의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가족이기를 거부하는 회사에 대해서 투쟁으로 맞서는 것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어려울 때 조금씩 덜 먹고 고통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가족일 것이다. 임금은 삭감하더라도 고용은 유지되어야 옳다.


글쓴이 : 오현식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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