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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임금, 일자리

임금은 쟁취해야 한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부족하지만 매년 조금씩 인상되어 왔다. 그런데 노동현장에서는 아직도 이를 온전히 다 받지 못하는 알바생들이 지난 몇 년간의 상담 및 실태조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또한 아파트 경비노동자나 간병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이 늘어나는 만큼 그에 비례해서 휴게시간이 늘어나고 최저임금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만 의존해서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지 못한다. 

지금 최저임금은 국민임금 또는 최고임금이 되어버렸다. 이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되었는데도 현실에서는 아직도 최저임금을 준수치 않고 또 편법에 의해 최저임금이 묵살되고 있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구성부터 운영까지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탓에 전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도가 사용자보다 덜하기 때문이고, 셋째, 최저임금이 국가에서 정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에서 이 투쟁에 동참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도 적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스스로의 관심과 힘을 통해서 쟁취하지 않은 결과이다 보니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가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이 최저임금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여고생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방문하였다. 업주가 달력에 근무시간과 월 급여를 메모해 왔는데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보관해 두었다. 무려 3년 동안 체불된 알바시급이 150만원이 넘었는데 증거가 너무도 확실하다보니 두말 않고 지급했다고 한다. 적어도 이 여고생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용기까지도 갖춘 셈이다. 역시 임금은 쟁취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노동자들은 나눌 뿐 이다. 

얼마 있으면 대선 후보들이 너도 나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떠들어 댈 것이다. 그런데 찌그러지는 시장경제를 볼 때 투자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창출은 힘들어 보인다. 결국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동사회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OECD에서 가장 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동사회연구소는 52시간 근무로 제한하면 62만4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48시간 근무의 경우에는 67만7천개, 44시간 근무 73만8천개, 40시간 근무 81만2천개, 30시간 근무 108만2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재명은 “현행법대로 주 52시간 노동을 지키면” “일자리가 100만개는 늘어난다”고,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노동시간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은 ‘○○합동토론회’에서 “52시간의 법정노동시간 준수하면 70만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위 모두의 주장은 엄연히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다. 그런데 이는 현장의 실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 현실은 어떠한가? 

대기업의 상대적 고액 급여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로 잔업특근에 매달리고 중소영세 비정규직의 노동자들은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잔업특근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또한 사용자는 신규채용보다는 연장근로, 휴일근로가 비용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사용자와 노동자간에 이해관계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데 과연 자본을 대변하고 취업된 1,900만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보수정치가들이 연장근로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법과 시스템을 갖추게 할지 심히 의심스럽다. 설사 엄격한 법과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채용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가지는 기업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며 일자리를 늘릴 리가 없다.

이왕에 일자리 나누기라면 기업들에게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일정 임금을 보장하는 특수근로 형태의 일자리를 법제화 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콧방귀도 꾸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연장근로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토요일 일요일 휴일에는 특수형태의 근로자들이 일정 보수를 보장받으면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주48시간제 주44시간제 주40시간제로 단축되어 왔다. 과연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가 늘어났을까! 아니면 연장 휴일근로가 늘어났을까! 현재의 실업상태로 이 사회가 감당해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쓴이 : 오현식(청주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