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t 퇴출프로그램을 시행한 관리자였다(반기룡)
2011년 3월 kt 충주지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셨던 반기룡님이 센터를 찾아오셨습니다. 많이 고통스러웠다고 하면서 지금도 약믈 먹지 않으면 잠을 못이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툼한 서류뭉치를 건넸습니다.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 반기룡님은 센터의 회원으로 가입하셨고 용기를 내어 kt의 반인권적인 퇴출프로그램을 실행한 관리자로서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4월 18일 양심선언 기자회견에서 읽어내려간 자술서입니다.
자 술 서
본인은 1984년 11월 1일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하여, 마지막으로 KT충북본부 마케팅단에서 2009년 12월 31일자로 퇴직한 반기룡입니다.
본인은 2006년 12월 8일자로 KT충북본부 충주지사 음성지점의 고객만족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2007년 2월 중순 무렵에 문○○ 당시 충주지사 ○○○○팀장이 사내 메신저로 부진인력퇴출관리방안이라는 문서를 보내왔습니다. 이 문서를 보내니 주의해서 다른 사람들 못 보게 잘 관리하고 퇴출 대상자에 대해서 특별 관리를 하라는 지침을 시달하였습니다.
첨부한 문서의 겉표지는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이라 적혀 있었고, 충주지사에서 공람할 관리자들의 명단이 있었습니다. 2007년도 퇴출 목표로 전년도보다 상향하여 충주지사는 5명이 배정되었고, 충북본부 목표인원이 20명, 전사(全社. 케이티 전체) 목표가 550명이 배정되었습니다. 퇴출 및 관리대상의 사유는 114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업무부진자, 기타로 분류되어 있었고 단계별로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 대상, 콜센터전적전출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준들과 구체적인 대상자 명단은 이미 지정되어 하달되었기때문에 팀장이 선별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대상자들 중 "핵심관리대상"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되었는데 114잔류자와 민동회 회원 등은 핵심관리대상자로 분류되어 있었으며 본인에게는 이 중에 같은 팀에 근무하는 장○○이 관리 대상으로 배정되었습니다. 하달된 문서에는 관리수준별 대상자의 인적사항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고,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관리자 정신교육을 실시할 것과 목표달성 기여자는 인사고과 상위등급을 부여하도록 하였고 목표를 달성 못한 부진관리자는 하위의 인사고과를 부여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2분기 내에 목표가 미달할 경우에는 경고 이상 징계, 보직 미부여, 타기관 또는 타본부 전보 및 책임 정도에 따라 퇴사를 권고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추진일정은 2007년도에 충주지사만 1분기 3명, 2분기 1명, 3분기 1명, 도합 5명을 9월까지 퇴출시키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퇴출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실적 평가가 용이한 단독업무를 부여하는데 실적부진이라는 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일부러 생소한 업무를 단독으로 부여한 다음(예컨데 114안내원들이엇던 여자들에게 단독으로 전신주에 올라가 전화를 개통하거나 메가패스를 개통하도록 하는 업무를 부여)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 경고장을 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면서 사퇴를 권고하고 다른 지역으로 체임하는 방법 등으로 자진해서 퇴사하도록 유도하다가 그래도 퇴사하지 않으면 그간 축적된 실적 부진 경고장 등을 근거로 해고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 보아야 회사가 우위에 있어 이길 수 없으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송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주지시키도록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퇴출자로 낙인이 찍힌 자의 개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고 모든 혜택을 금지시키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격리시켜 소외감을 주도록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내용을 보고 두렵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지침대로 실행을 하였습니다. 본인이 관리해야 할 대상자가 ○○지점 고객만족팀 장○○씨였는데 장○○씨는 핵심퇴출 대상자로 분류되어시달되었습니다. 본인은 장○○씨에 관한 프로필을 회사가 내려 보낸 양식에 그대로 기재하여 문○○팀장에게 보내고 역시 회사가 하달한 양식인 주요관찰대상인력 장○○씨 관리일지에 일자별 동향을 기재하여 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관리를 하였습니다.(이를테면 휴대폰개통이 늦어지면 구두경고를 하고, 직원들과 말다툼을 할 때에도 구두 경고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점장실에서 충주지사의 팀장 문○○과 인사실무자 여 ○○이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장○○을 불러다가 KT를 퇴직하고 자회사로 갈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씨가 본인의 고등학교 7년 후배라 회사가 원하는 만큼 가혹하게 관리를 못해서 본인 스스로가 부진 팀장으로 낙인찍혀 2007년 12월 19일자로 ○○지점 고객만족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본인이 관리했던 대상자인 장○○씨도 함께 엮어서 ○○지점의 같은 팀으로 발령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자로 충주지사 지사장실에서 퇴출 인력을 제대로 관리를 못 할 시 나중에 어떤 인사 상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지사장 황○○앞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본인은 회사 내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장○○씨를 가혹하게 관리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럴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2008년 1월부터 신경정신과 병원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회사 지침대로 장○○씨를 관리한 방식은 일일동태 파악, 주요 관찰일지 기록, 출퇴근 시각을 체크해서 일지에 기재하고, 상품판매를 촉구하며 구두로 경고하는 일을 반복했으며 주기적인 개별 시험을 치러서 내용을 취합하여 충주지사로 올려보내면 충주지사에서 장○○에게 경고장을 발부하였고 본인 역시 장○○에게 업무촉구서를 발부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심지어 장○○씨가 혹독한 관리에 불만을 품고 본사 윤리경영실(구 감사실) 사이버 신문고에 본인을 투서한 일까지 생겼습니다. 이럴수록 본인도 스트레스가 심해져 약물치료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본인은 장○○씨와 이런 일을 만든 인사담당 관리자들에 대한 증오감이 쌓이고 급기야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2008년 11월 6일부터 휴직을 하고 2009년 5월, 2009년 6월 두 차례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휴직을 계속 하다 명예퇴직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본인의 우울증은 완치가 안되어 여전히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며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본인은 회사에 대한 분노감이 치밀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 밑에서 퇴출 대상자로 고통을 입은 장○○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고 다시는 퇴출대상자도 고통스럽고 퇴출시키려는 팀장도 고통스러운 이런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한 번 퇴출대상자로 낙인찍히면 평생을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이 KT인력관리의 실체입니다. KT는 이런 반인간적이고 소름끼치는 퇴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체로 거듭나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등록일 : 2011년 4월 22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