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2
<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2. 2011년 2월 8일>
어제 낮에는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님이 다녀가셨다. 이주노동자의 사고 이야기다. “기계에 손목까지 빨려 들어가서 기계를 멈췄대요. 거기서 손목이 한 번 절단되었는데요, 한국 노동자가 그걸 모르고 기계를 다시 작동해서 팔목 중간이 절단되었고요. 또 누가 스위치를 눌러서 세 번째는 어깨 부근에서 절단되었어요.”
사고의 충격이 커서 지금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걸 별도로 산재 처리를 하려는 것이다. 추가상병 신청 방법을 알려드리고 다른 이주노동자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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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사업주들이 곧잘 써먹는 수법이다. 이주노동자는 알아먹지도 못하는 근로계약서에다 기숙사비 월 100,000원을 부담하도록 써 놓는다. 그런데 절대 월급에서 기숙사비를 공제하는 법이 없다. 그건 사업주가 드는 보험이다. 언제 써먹느냐고? 퇴직할 때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 노동부에 진정을 했는데도 퇴직금을 주지 않아 소송을 걸었는데 사업주가 반소를 제기했다고 한다. 기숙사비를 달라는 것이다. 퇴직금에서 빼고 나면 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닮은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은 어쩌면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불편하고 먹먹하다.
요즘 청주 지역은 택시 문제가 이슈다. 10여 년 동안 곪았던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급 문제다. 영진교통과 공민교통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청주의 모든 택시 회사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월급이 한 푼도 없다. 차량 가스비도 본인 부담이다. 범죄의 문제, 노동권의 문제, 난폭 운전의 문제가 사슬처럼 얽혔다고 할까? 나이 지긋한 한 분이 술을 마시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나는 택시 노동자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려 그래요. 비정규직 얘기하지만 우리 택시노동자들은 비정규직보다 못한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날이 더웠던 한 날 아들 현이를 데리고 가까운 계곡을 찾은 적이 있다. 잠깐 누워서 눈을 붙이는데 처음에는 콸콸콸콸 들리기만 하던 계곡 물소리가 전혀 다른 여러 소리로 구분되는 것이었다. 저 위에서는 좔좔좔좔, 아래에서는 쿨럭쿨럭, 좀 떨어진 아래는 철퍼덕 철퍼덕.
날이 풀렸을 때. 가까운 계곡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누워서 계곡 물 소리를 듣다보면 놀랍게도 계곡의 생김새가 그려질 것이다. 저쪽에는 쪼그만 폭포가 있구나, 저 위쪽은 자잘한 자갈들이 깔려 있구나. 그리고 바로 앞에는 큼직한 바위가 있네? 어? 내 귀가 정말 뚫렸네???더 보기
2012년 2월 10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