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3.
<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3. 2012년 2월 11일>
2월 9일, 노동위원회 부당해고구제신청 심문회의를 두 번 출석했다. 하나는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2011년 12월, 2명의 여성 노동자를 계약만료를 이유로 내보냈다. 이들은 2008년 7월부터 근무를 시작해서 매 번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근로계약기간을 정했다. 그렇게 2011년 12월까지 근무를 했는데 느닷없이 계약만료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통지서를 주면서 하는 말이 2년이 넘어서 무기계약으로 전환시켜주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해준다는 것이었다. 2명의 해고자들은 억울한 마음에 구제신청을 했는데 이번에는 겨울방학 기간이 단절되었기 때문에 2년이 넘은 것이 아니란다. 여성 해고자들이 바라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저희는 꼭 복직하고 싶습니다. 이 일이 보람도 있고, 또 돈을 벌어야 되요. 우리는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후, 영동군립노인전문병원 6명의 해고 심문회의다. 지역노조 조합원 18명 중 12명은 복직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해고된 이 분들이나, 나머지 12명의 조합원들이나 마음이 심란하기는 한 가지다. 그러니 나도, 노동조합도, 당사자도 참 부담스러울 수밖에. 2011년 7월 26일. 병원은 간병일을 하는 분들이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전원 업무관계종료통보서를 보냈다. 그래서 18명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한 것인데 이 중 6명만 9월 29일부터 출근하라는 통보서를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출근을 하지 않다 10월 31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것...을 무단결근이라고 해고한 것이다. 심문회의 끝나고 노동위원회에서 화해를 주선했는데 병원장의 말이 가관이다. "근로자성 다 포기하고, 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체불임금 포기하고, 해고기간 중 임금 포기하면 작년 7월 1일부터 채용한 것으로 복직시켜주겠습니다." 화해는 결렬되었고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판정을 내렸다. 6명의 늙은 간병노동자들. 기뻐서 눈물을 그렁거린다. 이분들의 바람 역시 소박하다. 그저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노동자로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다.
간병노동자 한 분이 상담을 오셨다. 무슨 요양병원이다. 의사, 간호사 그리고 15명 정도의 간병노동자들이 근무한다. 한 3년 운영해보니, 다른 요양병원이 돈 번 소식을 들었나. 아름 아름 3명의 중국교포를 채용했다. 간병노동자들은 보통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패턴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교포들은 휴무가 없다. 매일 24시간 일한다. 다른 요양병원도 그런 곳이 있다고 들었다. 병원은 간병사 전원을 중국교포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오래되어 그 중 임금이 높은 이 분을 먼저 나가달라고 보채고 있다. 나가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단다. 참고로 일반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법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고용해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아직 그것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자격이 없는 중국교포를 채용해서 휴무가 없는 24시간 근무, 그야말로 노예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간병노동자 대 중국교포. 이런 구도를 우리는 싫증나도록 보아 왔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 남성 대 여성, 국내인과 이주민. 그리고 청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급받는 택시기사와 도급기사. 법과 제도라는 것은 무섭다. 처음에 저항을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의식은 반드시 지배받는다. 앞의 요양병원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더 보기
2012년 2월 13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