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사는 사람들 - 한기순
6월 17일 한기순님을 만났습니다. 오늘이 3번째 뵙는데 언제 뵈어도 밝은 에너지가 넘치십니다. 자식들 다 크고 집에서 혼자 적적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함께할 사람이 있어 좋다고 하십니다. 본인이 활동보조 하는 장애인이 자신의 무료하고 적막한 일상 속에 큰 활력이 되어주어 좋다고 하십니다.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어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정부 사업으로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가사, 신변처리,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거예요. 활동보조인을 한지는 4년쯤 됐어요. 활동보조를 하는 장애인은 상황에 따라 바뀌어요. 서로 마음이 잘 맞아야 하니까요. 지금 제가 활동보조를 하는 장애인은 20대 중반 남성이고,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3년째 이 분의 활동보조를 하고 있죠. 주로 하는 일은 주간보호센터에서 집으로 이동지원을 하고, 생활 교육, 놀이 공부를 해요. 제가 일하는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4시부터 8시까지예요. 서로 간에 사정이 있으면 더 빨리 끝내거나 주말에도 일하거나 해요.
#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제가 용암동에 10년 동안 살았거든요. 제가 속해있는 직지센터도 용암동에 있어요. 그냥 동네 지나다니면서 휠체어 타신 분들, 소아마비이신 분들을 자주 만났어요. 자주 보다보니까 뭐라도 도울게 있을까 싶어서 직지센터에 찾아갔죠. 애들이랑 공감캠프도 가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도 시작하게 됐어요.
# 장애인을 처음 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항상 주변에 계셔서 거부감이나 어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생각보다 재밌게 사시네 했어요. 저는 아프면 누워있고, 가만히 있고 그럴줄 알았는데 뵙는 분들이 다들 밝으시더라고요. 지나다 자주 뵈니까 우연히 끄덕하며 눈인사 한번 했는데, 그 뒤로는 늘 만나면 먼저 인사해주셨어요. 그렇게 인사하며 같은 동네사람으로 지내서인지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장애 유형이 다양하다보니까 제가 활동보조를 맡은 분의 장애유형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죠. 또 그 분의 특성이나 생활패턴 같은걸 맞춰야 하니까 그런 적응은 조금 필요했어요.
# 일하며 힘드신 점은?
개인적으로는 운전이 서툴러서 이동하는게 제일 부담스러워요. 특히 겨울이면 꽝꽝 언 길 지나서 집까지 데려다줄 때 사고가 나진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그 외에는 임금문제예요. 활동보조인 중에 한부모 가정이 70% 이상이라고 들었어요. 대부분 생계 때문에 일하는데 임금 받는데 제한이 있어요. 보통 회사에서 주는 월차수당, 상여금 같은게 없거든요. 최저생계비밖에 못받는거예요. 저는 다른 일을 또 하는게 있어서 생활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는데 이 일만 전업으로 하는 분들은 생활이 많이 힘들겠더라고요.
#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사람들이 장애인은 안클거야. 그렇게 생각하는데, 커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 조금씩 크더라고요. 처음에는 신발도 못신고, 화장실도 혼자 못갔거든요. 그런데 이제 조금 조금씩 해요. 지능이 1살 수준인데 어린애 대하듯 안하고 누구누구씨 하고 불러주고 지금 나이에 맞게 대해주려고 해요. 그렇게 하니까 거기에 반응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신발 신는데 10분은 걸리지만 제가 1분 만에 신겨주는 것보다는 10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하는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생활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걸 넓혀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일하는 것 외에 요즘 관심사는?
기타도 치고, 유화도 조금 그리고 있어요. 매일 매일 조금씩 시간내서 계속 연습해요. 요즘은 기타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연습해요. 사람들이 통기타하면 흔히 떠올리는 노래들은 어디 행사가서 인기가 없어요. 저희 기타팀이 1년에 6번 정도는 공연을 하는데 트로트를 치면 늘 반응이 좋아요.
# 센터와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는지?
활동보조인으로 일 하면서 센터 가입 권유는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어요. 직지센터분회 활동하면서 김태윤선생님을 많이 만났는데 “인권에 관심이 있냐”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사람인데 관심이 있지요” 했더니 그럼 인권센터에 가입하시라고 권하시더라고요. 술자리여서 가입하겠다고 말하고 어쩌다보니 그냥 지나쳤어요. 그렇게 1년 가까이 미루다 최근에 기억이 번뜩 나서 김태윤선생님한테 전화해서 필요한 내용 불러드리겠다고 했죠. 그렇게 가입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활동하고 여기저기 다니는거 좋아해서 센터에서 행사있거나 하면 자주 갈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자주 만나요. <끝>
인터뷰·정리 / 김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