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노동인권센터 2015. 7. 8. 14:14

내가 80년대 말 00회사에 입사했을 당시에는 ‘버스’ ‘경비’ ‘청소’ ‘식당’ 모두가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얼마 있어 경비직과 청소직이 외주화 되더니 통근버스가 넘어가고 새천년이 되자 식당도 외주화 되었다.


전체 노동자 1800만에서 1천만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법정노동시간보다 주당 26시간을 더해야만 한다니 40시간 노동제가 무색하기만 하다. 비정규직 중에서 최악의 고용형태가 특수고용인데 노동자성 자체가 부정돼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화물트럭 기사, 대리운전 기사, 택배기사, 간병인, 수도·가스검침원, 케이블·방송통신 AS 기사, 등등 이 땅에는 3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이 뿌리내리고 조만간 구조개혁이란 미명하에 온 천하를 뒤덮을 태세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조직하고 싸우는 시간에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에 내몰려 있다. 이를 정규직노조 산별노조운동 진보정치가 뒷받침해야 하지만 현재의 시간에서 산별노조운동과 진보정치는 실패하였다. 정규직 노동자 그들도 비정규직을 바라볼 여유는 없는 듯하다. 자본의 과소비와 사교육의 덫에 걸려 잔업 특근에 목을 매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정부통계 32%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OECD국가 평균의 두 배 라고 하니 실제로는 세배 정도 되는 셈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이유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한국 경제체제의 특징이 한 몫 톡톡히 하는데 이른바 재벌독재경제체제이다. 한 예로 현대차의 문짝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 가정도급(부업) ☞ 소규모 업체(대성) ☞ 영세업체(모빌) ☞ 종소기업(유라)☞ 현대차라는 4단계 이상을 거친다. 현대차 정규직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저임금 노동자이며 비정규직이다. 다른 업종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고 보면 비정규직이 유독 많은 이유가 분명해 진다.


61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대통령 간선제를 87년 6.10민주항쟁을 통해서 직선제로 바로 세웠는데 그 세월이 장장 26년이나 걸렸다. 이것은 정치민주화의 과정이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앞당겨야할 시기다. 60여년 된 재벌독재경제체제에 대한 경제민주화 투쟁의 성공여부가 비정규직의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하는 길이다. 여기에는 ‘노동자조직’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투쟁’ ‘진보정치의 승리’가 함께 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요즘 귀농 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삶의 방식 변화로 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낙오된 자로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어서 또는 자본주의적 삶이 싫어서 저항하다 떠난 자들이다. 얼마 전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 네 분이 찾아 오셨는데 파견노동자 외국인노동자 등과 함께 일하는 회사로 임금수준이나 작업환경 인간적 대우 등 최악의 사업장이었다. 당장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하지만 이를 지키는 일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들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노동조합을 만들 핵심인물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감감무소식이다.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으면 첫 번째 방법은 정중히 건의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항의하고 대드는 것이고 세 번째는 떼거리로 달려드는 일이며 네 번째는 뒤집어엎는 것이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마지막 방법은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문화라는 집합체에 갇혀 떠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끝>

 

글쓴이 : 오현식(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