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소득 보장의 필요성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년보장, 임금피크제, 사업장내 근로환경 및 안전문제 등 이전이나 지금이나 향후에도 자국내 고용 및 노사관련 쟁점들은 영원할 것 같다. 글로벌 금융자본과 패권주의, 유로존의 그리스 문제, 이주민 대책 등도 일국의 노동시장과 고용안정, 사회적 보호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숙고할 지점들이 많다.
자본주의 무한 경쟁시대에 자국 경제의 안전성이나 노동자의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 커녕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안적 해결방안도 기능적인 임시방편의 해결책들뿐인 것 갔다.
여기에서 대안으로 기본소득보장제를 제시해 본다.
완전고용을 목표로 한 복지국가의 노동관은 생산요소로서 노동의 시장내화를 꾀하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상품으로서의 노동력 가치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을 권리도 없다’는 논리를 강화시켰다. 실업자, 근로 무능력자, 산재대상자는 조용히 시스템에 흡수되었다. 노동시장의 경쟁으로부터 탈락한 실업자 및 취약계층은 노동시장 외적인 형태로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국가가 생계보장하게 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능성은 노동시장에서 규율화 된 임금노동을 원하고, 그 외 시장 외적인 계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계를 보호하는 복지국가의 틀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개입 하에 노동시장의 기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적사회보험과 공적부조를 통해 반노동적인 동인을 제어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격어는 “먹기를 원하는 자는 일할 자세(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다.”는 의미로 대체된다. 자본주의에 반한 사회적 이념의 실현이었다. 다시 부연 설명하자면 노동을 하든안하든 먹고 살 수 있는 비용, 즉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사회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본소득보장이 필요한 경제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시장경제의 기능성, 노동력의 투입과 보전, 사회적 필요의 충족은 현재 복지자본주의 하에서는 자동메커니즘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사회적 필요노동에 기반한 기본소득보장 중심의 체계가 소비 및 구매력 창출, 경기활성화, 투자 촉진, 궁극적으로 생산력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본소득보장은 생태적 대안노동의 가능성을 열고, 시장경제에 대응한 대안경제행위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기본소득보장이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근거로는 우선 노동구속으로부터의 자율성 확보를 들 수 있다. 이것은 고전적인 유토피아, 사회주의 운동, 아나키스트 운동과 연결되는 의미를 띠고 있다. 그리고 생태주의 사고에서 생태적으로 문제 있는 생계노동의 거부를 위해서는 기본소득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평화정책을 위해서 기본소득이 갈등과 폭력, 인간의 탐욕과 지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정책적인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구속노동으로부터 일종의 자율성 확보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원하였든 원하지 않았든 예측할 수 없는 곤궁한 생활여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질적인 토대로 기본소득의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으로 인한 여성의 노동시장배제가 용이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구속적인 생계노동이 여성에게 해방적 혹은 해방억제적 요소로 작용할지 논쟁은 남아있다.
사회정책적인 근거로는 현재 사회보장시스템이 빈곤과 실업, 인구학적 문제에 대응한 보장 기능을 재정화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하여 국가 관료주의적 보장시스템이 기본소득보장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 서구의 기본소득보장에 대한 모델과 논의들이 학술적으로, 그리고 진보정치현장에서 소개되고 논의되어 왔으나 아직까지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용성에 있어서 초보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진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 진영의 모델들도 있다. 단 여기서 서로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진보 진영에서는 보장적인 측면에 맞추어졌다면 보수 진영에서의 모델들은 기본소득보장을 통한 노동력 의식 고취와 향상의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본인이 여기에서 기본소득보장제를 주장하는 의도는 기본소득보장이 근본적인 체제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 재편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고용 불안정 및 임금 양극화, 사회보장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장 수준의 문제와 재원을 어떤 수입원 즉 임금, 사회보험수당, 세금, 자산소득, 상속세 등으로 구성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또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도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보장을 통해 사회적 빈곤, 고용 및 임금 양극화 등에 대응하여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다시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끝>
글쓴이 : 최승호 연구위원 (청주노동인권센터 연구위원이고, 충북발전연구원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