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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일하는사람들의글쓰기모임

아내여러분 감사합니다

몇 일전 전화를 받은 와이프가 한마디 던진다.
“여보 동창모임을 가을산행으로 한다네.”
말꼬리가 힘이 없다.
“다녀와.”
“그냥 안 갈래.”
“왜? 다녀와. 간만에 바람도 쐬고.”
“아냐. 안 갈래….”
아내가 방으로 들어간다.
“다녀오지….”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TV에 시선을 막 돌렸다. TV에서는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여자의 마음을 알아보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어휴~ 여자들이란…. 딱 맞네 딱 맞아.’하며 웃다가 아차! 싶게 머리에 확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우리 와이프도?’
그러고 보니 매번 내옷, 아이들 옷만 사들고 왔지 정작 아내 옷은 사온 적이 없었다. 왜 안 간다고 했는지 알았으니 인심 써야겠다. 모르는 척 안방으로 들어갔다.
“시간 있을 때 옷 정리나 해놓을려구.”
와이프가 옷정리를 하고 있었다. 여름옷, 겨울옷이 방안 가득이다.
“여보 그러지 말고 산에 다녀와. 간만에 동창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스트레스도 풀고~”
“됐어.”
나는 방안 가득인 옷가지들을 발로 스~윽 밀며 와이프에게 “가자!”고 했다.
“어디?”
“간만에 산에 가는데 등산복을 입어주는 센스가 있어야지.”
“됐어. 요즈음 옷이 얼마나 비싼데.”
“넘 비싼건 못사고. 암튼 일어나.”
아내의 얼굴을 보니 미소를 애써 감추며 못이기는 척 따라 나선다.
“여보 간만에 나왔으니 바람도 쐬고 저녁도 먹고 가자!”
“그럼 난 좋지~”
얼굴을 보니 한껏 들떠 보인다.
첫번째 매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참 옷을 보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옷이 이렇게 비쌌었나? 티셔츠 하나가 기본 10만원이고, 바지는 17~18만원이다. 내눈을 의심하며 동그라미를 열심히 세어보았다. 열심히 구경하던 아내가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여보 여기는 이쁜게 별로 없네. 딴데 가보자.”
아마도 내 얼굴에서 당황함을 느꼈나보다. 우~쒸 민망해라~ 그렇게 몇군데를 더 들러 결국 이월상품을 샀다. 가격은 가게마다 천태만상 이었다. 발품 판 보람 있게 신상품 보다 50%정도 싸게 구입했다.
아내의 얼굴을 보니 소풍가기 전날 아이처럼 연신 싱글벙글이다.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건냈다.
“여보 미안해. 나중에 비싸고 이쁜걸로 사줄게….”
“아냐~ 당신 옷이나 아이들 옷 살땐 왠지모르게 흐믓 했는데 내 옷만 사니까 내가 민망하네.”
그렇게 쇼핑을 하고 간만에 외식도 하고 기분 좋게 소주도 한잔했다.
아내란 그런가 보다. 나보다는 신랑과 아이들이 우선인…. 앞으로는 아내에게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감사합니다~^^

 

글쓴이 : 신중호 : 우진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