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글쓰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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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황혼
벚꽃나무가 하얀 꽃비를 뿌리고 개나리가 늘어질 대로 늘어진 가지위에 노란 꽃을 활짝 피우며 봄이 왔다고 어서들 나오라고 재촉하던 봄날 꽃처럼 아니 꽃보다 예쁜 노부부를 보았다. 승강장에는 꽃구경으로 나온 승객들이 분주했다. 승객들 사이로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양복에 중절모 까지 챙겨 쓰셨고 할머니는 울긋불긋 예쁜 꽃무늬 원피스에 화장기 어린 얼굴이셨다. 아마도 나들이 나온다고 예쁘게 단장하셨나보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노부부 앞에 차를 세우고 앞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앞세우고 “조심해서 올라가요”라고 하신다.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며 “당신도 얼른와요”하는게 아닌가! 언뜻 봐도 70대 정도는 되어 보이..
2015.07.13 -
내 사랑 개똥이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개똥이라 부를거면 인호라는 이름은 왜 지었냐고 반항을 거듭하는 개똥이가 또(?) 휴가를 나왔다. 개똥이와 오랜만에 목욕탕 갔다 와서 헐렁한 혁띠를 맞추다보니 개똥이가 세상에 나오던 날이 생각난다. 개똥이가 뱃속에 있을 때 다달이 하는 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다. 태아 폐에 구멍이 있어서 출산하는 날 바로 수술을 해야 되니 소견서를 가지고 충대병원으로 가야된단다. 피를 말리는 아홉 달 이 지났다. 개똥이는 93년 8월 6일 오후1시 5분 충대병원에서 태어났고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신생아 얼굴도 못 본 채,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의사가 병실로 찾아와 수술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부작용은 몇 퍼센트, 성공할 확률은 몇 퍼센트 등등. 그러나 걱정된 것은 신생..
2015.03.26 -
독백 나의 1인칭 시점
“중호형, 마중물 잘 쓰고 있지? 요즘은 뜸 하네.” 얼마 전 형을 만나 물어 보았다. “글쓰기 교실은 잘 다니고 있어?” “응. 잘다니고 있지.” “거기 재미있어? 나도 한번 가볼까?” “그래 와봐. 재미있을 거야.” 그리고 잊고 있었다. 얼마 후 중호형 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 어디냐?” “왜?” “글쓰기 교실 가야지. 빨리 와.” 이런 그냥 던져본 말인데. 형은 머리 속 깊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참으로 미안했다. 글쓰기 교실에 가는 것이 좀 어색했다. 그리고 솔직한 표현을 한다면 가기 싫었다. 핑계를 대고 싶었고 마침 막내 아들과 빵을 사러 밖에 나와 있었다. “어 형 나 지금 아들 하고 밖에 나와 있어. 같이 밥 먹으로 왔는데.” “너 빨리 와라. 안 오면 너 다시는 안본다.” 그래도 가기 ..
2015.02.02 -
나에게도 빈 방이 있을까
심심하다. 도서관에 왔는데 카페 문을 열지 않으니 더 있을 맘이 없다. 책을 읽으러 온 건지 커피를 마시러 온 건지 모르겠다. 간식 없이 더 있긴 어렵다. 일찍 일어나 비빔밥과 묵밥을 만들어 가족들 먹이고 청소한 나를 위해 하나를 사들고 점심시간 지나 집 커피 먹으러 갔다. 내 친구들은 거의 일을 하고 나만 안하니 친구도 자연이 줄고 휴대폰 제공통화량에서 100여분이 남아돌 지경이다. 딱히 지금 전화할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내가 좀 초라해지려는 순간 이게 바로 내가 몇 년 전부터 그려왔던 내 꿈이었던 것을 알아차렸다.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꿈의 정점에서 안과 밖은 많이 다르다. 꿈이 이루어진걸 알게 된 기념으로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잤다. 꿀맛이다. 그전과 달리 살아 본 지난해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2015.01.13 -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을까?
갑자기 서러워 눈물이 펑펑 쏟아질 때가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괜히 예민해져서는 눈물이 난다. 그날도 그랬다. 평소에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유독 그날은 서글퍼져서 눈물이 났다. 그 날은 회의가 2개 있었다. 두 회의 모두 내가 자료를 준비해야 해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점심도 못 먹고 회의 준비를 하고 첫번째 회의 장소로 갔다.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회의였다. 보통 다른 공동집행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한다. 그날도 그 분이 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회의 도중 회계 설명을 나보고 하라고 했다. 평소에도 회계 설명은 내가 해왔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나에게 회계 설명을 하라고 한 것이 기분 나빴다. ‘회의자료 대로 설명하면 되는데 왜 굳이 나한테 하라는 거야.’ 회계 보고만 내가 하게 ..
2015.01.12 -
두발로 걸어서 갔다가
컥! 컥! 마른기침에 온몸이 들썩여 눈을 뜨니 새벽5시. 명치와 등이 아프고 속이 답답하다. 채한게 이런 건가? 안방의 엄니와 누이를 깨워 손을 따 본다. 토하고 싶은데 토도 안 나온다. 그런데 몸 전체에 웬 식은땀이 이리 흐르는지…. 날이 밝으면 내가 총무로 있는 한우리 모임이 야유회를 간다. 지인이 자기 일처럼 알아봐 주어 처음 펜션 예약을 해보았다. 또 우리 회원들도 기대하며 일정을 모두 비웠을 것이란 생각에 야유회를 취소 할 수가 없다. 누우면 등과 명치가 아파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꼬박 밤을 지샌 후 힘을 내서 야유회 장소로 갔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소와 시간이 계약한대로 안돼서 회원들 불만과 반발로 철수 하고 근처 가든 으로 장소를 옮겨서 놀다가 조금 일찍 끝냈다. “형님 저 병원에 ..
201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