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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당당히 맞서다 - 사람탐방

 

 

 

11월 20일 산남동 버스종점에서 이재동 회원을 만났습니다. 옆에 계시는 동료 기사분이 "버스는 사람들이 많이 타니까 그 중에서 좋은 짝 찾으려고 재동이는 시내버스 운전 하는거야"라고 하십니다.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박한 마음을 가지고 일하시니 곧 좋은 짝을 만나시겠죠? ^-^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시내버스 운전을 해요. 많이들 버스를 타보셨으니 어떤 일인지는 아시죠? 버스로 청주시민을 안전하게 모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주에는 시내버스 회사가 6개 있어요. 저는 그 중에서 동양교통에서 일해요. 저희 회사는 오전근무, 오후근무를 번갈아가며 해요. 오전근무는 새벽4시부터 오후12시까지 하고, 오후근무는 오후12시부터 밤12시까지 해요.

 

#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가스 배달을 했어요. 그러다가 운전을 배워서 택시를 시작했죠. 그 다음에는 관광버스랑 회사통근 차 몰다가 시내버스까지 오게 됐어요. 배운게 운전이라 운전길로 자연스레 접어들었죠. 그래도 계속 좋은 곳으로 옮겨간거예요. 운전직종 중에서는 시내버스가 안정적이라 좋거든요. 관광버스도 그렇고 시내버스도 그렇고 서비스업이자나요. 제 체질에 서비스업이 잘 맞더라고요. 생긴거랑 좀 다르다고 생각할런지는 몰라도 저는 서비스업이 좋고 충실하게 일하고 있어요.

 

# 일하며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예요?
손님들이 인사할 때가 가장 뿌듯하죠. 특히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려주면 그 분들이 참 고마워해요.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런데 사실 요즘은 불평이 많아졌어요. 땜빵을 타게 됐거든요.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손님이 아무리 짜증을 내도 다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손님이 뛰어와도 그냥 가버려요. 내 마음이 힘드니까 손님들한테도 친절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 땜빵을 탄다는게 뭐죠? 어떤 부분들이 안좋은 것인지?
땜빵은 예비기사를 말해요. 버스는 일 특성상 365일 매일 시내를 돌자나요. 그럼 고정기사가 쉬는 날에 누가 대신 그 일을 해야겠죠. 그 빈 자리를 채우는게 바로 예비기사예요. 남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노선이 들쭉날쭉해요. 오늘은 산남동 1번이 걸렸는데, 내일은 오창 2번을 걸어놓죠.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청주시내 모든 버스 노선을 외우기는 힘들거예요. 그래서 참 힘들죠. 또 버스도 매번 바뀌어요. 매일 새로운 버스를 타는 거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내 몸에 익숙지 않은 차를 운전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예비기사를 타면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또 내가 언제 쉴지도 가늠할 수 없어요. 제 스케쥴을 관리할 수 없어서 힘들어요.

 

# 어떻게 땜빵을 타게 되셨어요?
2012년 2월쯤에 제가 몰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다리 난간을 박았어요. 안전사고였어요.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는데 버스가 많이 부서졌어요. 그 후에 회사는 이 사고를 이유로 저를 예비기사로 내려놨어요. 보통 예비기사는 징계성이거나 신입들이 많이 타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사고를 이유로 지금까지 예비기사를 타고 있는 거죠.

 

# 그런데 땜빵타는 것 말고도, 구상권청구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하던데요?
네. 눈길에 미끄러진 사고로 버스가 부서졌다고 했잖아요. 회사에서 그 버스 수리비를 내놓으라는 소송을 한거예요. 그 당시 수리비가 1750만원이 나왔어요. 그런데 시내버스 회사는 보험료가 높아지니까 자차(시내버스)를 안 들거든요. 그러니 그 부분을 저한테 내놓으라는 거예요. 법원 1심에서는 수리비 80% 정도를 내라고 판결이 났어요. 지금은 2심에 계류중이예요. 제 사건이 충북 시내버스에서 처음으로 회사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거예요. 제 사건 이후에도 아직 구상권 청구 소송은 없었어요.

 

# 참 이상하네요. 왜 유독 이재동 기사님께만 그랬을까요?
절 짜르려고 그런거예요. 저한테 “사표쓰면 구상권 청구 소송 안한다”고 했었거든요. 제가 회사에 있으면 자기들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것 같아요. 제가 성격이 아닌건 아니고 기인건 기거든요. 올바른 편이예요. 그래서 아니다 싶은건 제가 막으려고 하거든요. 그게 마음에 안들었나봐요.

 

# 소송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왜 사표를 안쓰셨는지?
제가 사표 쓰면 앞으로도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을 다 그렇게 짜르려고 들거예요. 그래서 끝까지 가보려고요. 사실 운전은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거든요. 시민들이 기다리는데 눈 길이라고 노선을 바꿔갈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고들을 회사가 나쁘게 악용하니 참 억울하고 힘들어요.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제가 막아내고 싶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