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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끝까지 희망으로 - 사람 탐방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가스엔지니어로 9년 동안 근무하다 2006년 쓰러진 김상우 씨가 지금도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 중입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밤늦게까지 일한 사실을 잘 알기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연장근로가 누락된 출퇴근기록을 제출하고, 산재 소송 중 ID카드 출퇴근체크 내역 제출 요구마저 거부했습니다.  끝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어머니는 매그나칩 정문 앞에서 매일 14시~15시 피켓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김상우씨의 어머니 김순옥씨를 인터뷰했습니다. / 청주노동인권센터

 

 

# 처음 아드님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셨겠어요.
이런 벼락이 어디 있겠어요. 날벼락이 떨어진거나 다름없었죠. 아들하고 떨어져 지낸지가 9년이예요. 우리 아들이 9년 동안 기숙사 생활하면서 현장에 무슨 일만 생기면 낮이고 밤이고 뛰어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책임감이 강하고 착실한 우리 아들이 잘못한건 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병이 났다고 하니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죠.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있을 때 얘가 경기가 너무 심해서 약이 많이 올라갔어요. 약이 올라가니까 호흡이 안되서 인공호흡기를 찼죠. 병원에서는 자꾸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매일 매일 울지 않은 날이 없어요.

 

# 아드님이 어쩌다 그렇게 됐나요?
우리 아들이 처음에는 LG반도체에서 일하다가 친구 따라서 매그나칩반도체로 왔어요. 좋았지요. 대기업이니까 무조건 좋은줄만 알고 위험한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았는데 우리 아들이 독가스를 다루는 일을 했더라고요. 다들 피해서 가기 싫어하는 일이었는데 우리 아들은 묵묵히 일했어요. 그러다 1공장 일하던걸 1, 2공장 다 하게 됐죠. 일을 너무 많이 한거예요. 전화를 하면 밤에도 늘 일하고 있다고 했었어요. 얼마나 일을 많이 했으면 쓰러져서 지금까지 못일어나는지 너무 마음이 아파요.

 

# 병간호도 힘들고, 회사랑 싸우는것도 힘들텐데 포기하고 싶진 않으셨어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순간적이예요. 전 늘 어떻게라도 애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애가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13개월 있었어요. 우리 애한테 들어가는 약이 엄청 많았는데 아주 조금씩 그 약이 줄더라고요. 간호사들도 나만 보면 약이 내려갔다고 좋아했어요. 그때는 약만 줄면 다 나을 줄 알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오래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우리 애가 일어나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 내가 포기할 수는 없자나요. 그리고 우리 애가 자꾸 경기를 해서 그렇지. 머리만 더 나으면 환자치고는 건강한 편 아니예요?
간호사들이 중환자실에 있을 때 그러더라고요. 부모들이 포기한 사람들은 자식을 못살리더라, 부모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살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 병간호 하며 가장 기뻤을때는 언제예요?
얘가 쓰러진지 몇 년 지나서 밥먹을 때예요. 19개월만에 콧줄을 빼고 죽을 먹다가 밥을 먹었거든요. 그때 그렇게 좋을 수 없었죠. 또 병원에서 깨어나는 약을 쓰니까 우리 아들이 정신이 조금 돌아오더라고요. 전화도 하고, 음료수도 따고. 저를 보면 그렇게 반가워할 수 없어요. 몇 년동안 고생한게 다 낫더라고요. 아들만 나을 수 있으면 내가 고생한건 아무것도 아니다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경기를 너무 많이 심하게 하더라고요. 약을 두 배로 주니까 또 의식을 잃고 잠만 잤어요.
우리 아들이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한테 내가 결혼해야 하는데 도와달라며 한숨을 그렇게 쉬더래요. 정말 내 가슴이 아프고 미어졌어요. 얘 병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눈물이 말도 못하죠.

 

# 아드님을 고치기 위해 안해본게 없으실 것 같은데?
아들이 아프고 나서 한참을 팔공산에 기도하러 다녔어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등산도 못하는 사람인데 아들 살린다는 생각에 매일 갔지요. 한시간씩 산을 올라서 가야하는데 오를 때마다 땀이 줄줄 흘렀어요. 또 누가 산에 약초가 좋다길래 산에서 약초 캐는 사람한테 약초를 사다가 5년을 끓여먹였어요. 요즘은 관절이 안좋아서 과일 주스만 해다 먹여요. 매일 약이랑 밥만 먹으면 안되자나요. 위장이 튼튼해야 머리도 나을 것 같아서 늘 주스를 먹여요.

 

# 뭐가 가장 억울하신지, 다시 돌아간다면 뭘 가장하고 싶은지?
정말로 재판을 다시 해봤으면 좋겠어요. 증인을 좀 더 세워서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회사에서 출퇴근기록을 속이고 상사가 혼자 일한걸 둘이 일했다고 속인 걸 증명해줄 증인을 세워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제대로 증언해줄 사람을 세워서 우리 아들이 밤새 일했다는 걸 증명받고 싶어요. 만약에 그렇게 했는데도 안되는 거라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행정재판 때 증인을 하나도 못세우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게 너무 억울해요. 그 당시 사람이 죽네 사네 하니까 정신이 없고 회사가 다 해줄거라고 생각해서 넋놓고 있었죠. 그러다 뒤늦게 산재신청을 하니 뭘 잘 몰라서 제대로 못했어요. 지금까지도 그게 너무 억울해요.

 

# 매그나칩 사장을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일하는 사람들이 병이 나면 앞장서서 산재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뜩이나 자식들이 아파서 힘든 가족들을 이렇게 억울하게 만들면 안되자나요. 자기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와 가족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자나요.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할거예요.
즈그들도 사람인데 언제까지 속이고 편하게 살 수 있겠어요. 언젠가는 잘못을 느낄 날이 오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