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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정년 마치는 그날까지 - 회원탐방

2014.6.20 센터 회원 중 손에 꼽히는 젊은 회원, 정인길 회원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당시 옥쇄파업 중이었는데, 현재는 파업 끝에 회사와 합의하였다고 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 청주노동인권센터

 

 

정년 마치는 그 날까지

 

#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전 천안사람인데 21살 때 교차로에 상여금 700% 준다는 공고를 보고 친구 3명이랑 무작정 지원 했어요. 사실 뭐 만드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입사했었어요.
제가 입사할 당시 정식품노동조합에서 68일파업을 했거든요. 회사는 현장 오티를 줄이려고 신입사원을 많이 뽑았죠. 저도 그 중에 한명이었어요. 그래서 형님들은 처음에 저희를 싫어했어요. 우리 죽이려고 들어왔다고요. 그런데 영유아식품이 잘나가는 바람에 회사 생각과 다르게 저희도 맞교대로 투입되서 일했어요. 참 웃기죠.

 

# 입사할 때 파업 중이라고 했는데 낯설지는 않았나요?
사회 초년생이어서 저는 파업하는게 당연한건줄 알았어요. 다른 곳도 모두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위 연대 다니다가 원래 이런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저희 노동조합은 입사와 동시에 3년 동안 의무적으로 선봉대 활동을 하거든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을 접했어요.

 

# 하시는 일은?
베지밀을 멸균 포장하는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른 파트에서 콩을 갈은 콩물이 멸균돼서 오면 기계가 멸균된 팩에 콩물을 담아요. 포장된 팩이 멸균이 잘 됐는지 체크하고 자재를 채워주는 일을 주로 해요. 팩 끝이 찍혀있으면 멸균상태가 깨진거예요. 근무형태는 3교대제인데 3교대 인원이 부족해서 잔업 4시간씩을 더 해요. 결국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거죠. 성수기때는 잔업을 많이 하고, 물량이 없을땐 잔업을 덜 해요. 회사는 공급량에 맞춰 일시키기 편하니까 인원을 추가 고용하지 않는 거죠.

 

# 일하며 보람될 때는 언제인지?
저희 파트는 50명이 일하는데 현장위원회를 만들었어요. 현장위원회가 없을 때는 부당한 일이 있어도 참거나 노동조합에 말해서 해결했는데, 그러면 자생력이 없어지거든요. 이제는 현장위원회에서 작은 문제들은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있어요. 이런 성과들을 볼 때 기분이 좋아요.

 

# 파업 중인데, 어떤 이유로 파업을 하게 되셨어요?
임금,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는데 회사는 어렵다고만 하고 도무지 노동조합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몇 차례 교섭을 했는데도 그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서 전면파업을 하게 됐어요. 오늘이 파업 19일차예요. 정년연장, 통상임금 체불금, 임금인상 등이 주된 요구안이예요. 지금 관철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업을 하게 됐어요.

 

# 비정규직에 비하면 좋은 근로조건인데, 파업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비정규직보다 저희가 많은 임금을 받는 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전진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사실 지금 받는 임금의 대부분은 잔업, 야간수당이예요. 잔업, 야간을 하지 않아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기위해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투쟁이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도 많이 다니던데 어떠한 계기로?
2007년도 쯤에 노동해방선봉대를 우연히 다녀왔어요. 힘들게 투쟁하는 사업장들을 방문했죠. 사업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첫날 대전으로 갔어요. 용역깡패가 들어왔다고 해서 급히 갔어요. 저녁까지 있으면서 용역깡패를 몰아냈죠. 그때 싸우면 용역깡패가 무서워서 숨고, 싸우면 뭔가 달라진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또 자본이 철수하고 남은 공장을 지키는 콜트콜텍 노동자들도 만났어요. 그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어찌해야할지 모를 그 막막함을 콜트콜텍 동지들과 함께 느꼈어요. 우리의 작은 연대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급적 연대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노동해방선봉대 이후에는 능동적으로 변해서 화가 나고 힘들어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참고 활동할 수 있게 됐죠.

 

#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제가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현 상태의 현장 권력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형님을 위해서, 동생들을 위해서 이 투쟁을 하는게 아니예요. 제가 남은 평생 자본에게 비굴하지 않고 노동의 댓가를 떳떳하게 받고 어깨 펴고 일할 수 있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 센터와의 인연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겠는지?
센터 조광복노무사님이 본인의 생활과 이익을 포기하고 일하시는 걸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죠. 센터가 앞으로도 노동탄압을 받고, 노동의 불모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위해서 정규직노동자들이 함께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들어요.

 

글 정리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사진 : 육성준 (충청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