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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일하는사람들의글쓰기모임

폭행당하는 소방관

전 10년째 소방대원으로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소방업무를 소개하자면 크게 화재, 구조, 구급으로 나누어져 있어 그에 맞게 출동대원이 편성되어 각각의 발생 상황에 따라 출동하여 현장 활동을 하는 체계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힘들고 고생이 많은 업무분야는 구급입니다. 잘아시겠지만 119구급차를 이용하여 응급환자를 응급처치 후 신속하게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죠. 저도 2년 정도 구급대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다른 화재, 구조 분야가 즉각적 대응, 해결이 필요한 위급상황을 해결한다면 구급은 모든 상황이 민원과 직결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다보니 환자, 보호자와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누가 몸이 아프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아프면 물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나는건 당연하거니와 내가 아닌 가족, 친구가 아파도 걱정하는 맘에 감정적으로 날카로워져 평온한 상황이 되기가 힘들겠지요. 그 상황을 맞딱드려야 하는 구급대원들은 그런 부정적 감정의 분출을 감내하면서 위급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매순간 있습니다.


그 속에서 여러가지 애로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자, 보호자에 의한 폭언, 폭행입니다. 소방업무(구급)가 시작된 이후 구급대원에 대한 폭언, 폭행사건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주취자, 정신질환자 등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신변보호 조치는 경찰 소관 사무이나 상태의 경중에 따라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해야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초창기 폭행피해를 당한 직원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피해 사실을 쉬쉬하며 감내하였지만 그 발생 건수가 점점 증가하자 소관 부서에서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폭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라기보단 사후 수습차원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형법, 소방법 등 관련 법에 이에 관한 처벌규정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재적으로 폭행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고 동시에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이 성립되기 쉽지 않습니다.

 
소방대원이 처하는 상황은 일반인이 생각지 못하는 절박하고 처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있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그 처참한 상황에 감정이입 없이 잊으려 하지만 무의식의 밑바닥엔 정신적 충격이 자리잡을거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에 더해 폭행까지 당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지만 소방관도 한 가정의 소중한 아버지고 아들이며 여러분과 같은 사람입니다. 봉사를 근본으로 생명을 불태우며 임하지만 가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게 업이라 해도 매를 맞는 상황에 노출되면 될수록 진심으로 임할 수 없게되지 않을까요? 가족을 위해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뤘다 한들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강력한 법에 의한 제재조치 확립같은 강제적 문제해결 보다는 우리 모두가 한사람 한사람의 노동자이며 가족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란 생각으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

 

글쓴이 : 송인호 (119 안전센터 생활구조대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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