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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계란을 깨고 나와 - 전호연

음성공공하수처리장에 근무하는 전호연 님을 만났습니다. 4월부터 우리 음성지역은 하수처리장 무단방류 사건으로 떠들썩했는데요. 내부 공익 고발자인 전호연씨를 만나 사건 보도후의 근황을 들었습니다.


# 회사는 어떤 곳인지?

음성군에서 공공하수처리장을 위탁 관리하는 업체로 ㈜건양기술공사건축사사무소(이하 ‘건양’)에서 근무하고 있다. 


# 내부 고발하셨는데 하시게 된 배경? 이유?

오폐수를 하수처리장에서 정수처리를 하지 않고 바로 하천에 흘려보내는 것은 불법인데 군에서 군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게 아닌가 하는 갈등이 많았다. 이 일을 알림으로써 매일 부딪히게 될 동료들, 회사 상사들을 생각하며 보름정도 고민 했다. 병아리가 닭이 되려면 계란을 깨고 나와야 하듯이 일정부분 고통을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직장을 잃게 되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 된다면 나중에 되돌아보며 ‘그래도 젊었을 때 이런 일을 했어’ 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하게 되었다.


# 쉽지 않은 결정을 했는데, 가족의 반응은? 

집사람은 처음에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했다. 요즘은 잘 지내고 있다. 그 다음 주에 딸 결혼식이 있었는데 사건이 터지고 회사 사람들이 많이 못 오겠구나 했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잘 치렀다. 


# 요즘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본인의 심경은?

분위기는 반반이다. 계약업체가 바뀌면 건양으로 따라가겠다는 사람과 새로운 업체에서 일을 하겠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잘 했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보고 얘기도 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기분은 오늘 날씨처럼 맑고 좋다. 


# 미지급된 임금도 있다고 들었는데 처우는 개선되었는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건양에서는 8월 31일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서류정리 중이다.


# 요즘 당직근무를 안 하신다고 들었다.

기사가 여러 번 나가다 보니 당직을 하면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자료를 다 빼돌릴까봐 그러는지 회사에서는 문을 다 잠그고 “당신도 머리가 복잡하고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하지 말라. 일 할 때 딴 생각하면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당직을 빼 주겠다.” 고 했다. 당직을 안 하니 공무원 같고 너무 편하다.  


# 센터와 인연을 맺어주셨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작년 10월 노동법 강좌 때 알게 되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는 연차를 1년에 15개를 주는데 10년 된 사람도 15개다. 지금도 직원들은 연차가 잘못 지급 되는지 모른다. 지금 진정서를 다 받아놨는데 신청해서 휴가 때 휴가비로 줄려고 준비하고 있다.


# 앞으로 센터에 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 

금왕에 센터가 생겨서 노동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는 것 같아 좋다. 충북이 노동자들의 처우가 낮다.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노고로 노동자들의 인권이나 처우가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센터와 인연은 퇴직 후까지 함께 하고 싶다. 


# 노동조합 필요성을 느끼시는지? 

지금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준비 중이다. 현재 12명이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전에는 상급 단체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인터뷰 내내 활짝 웃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퇴직 하고 나서도 센터와 계속 인연을 맺고 싶다고 하시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기뻤습니다. 사진촬영차 함께 가신 육성준 기자님도 내부 고발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밝은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하수처리된 물이 하천에 합류되는 곳에 가 보았습니다. 육성준기자님은 물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냐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곳에서 아저씨 한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하수처리장을 거쳐서 나오는 물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물고기가 다시 하천에 찾아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서 빨리 봄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정리 / 안말희 사무국장 (음성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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