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이슈/기사&칼럼

공감하고, 연대하는 교육과 사회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면서 함께 슬퍼하고 또 분노했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600만여 명 이상이 서명을 했고, 아픔을 같이하는 동조단식이 이어졌었다. 그런데 유가족들이 굶고 있는 광화문광장까지 와서 폭식을 하며 조롱하는 일베회원들이 있었다. 청주에서도 동조단식을 했는데, 그 때도 천막 앞에 와서 햄버거를 먹으며 인증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 당시 무척 놀랍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도 한 20대 청년이 단원고 교복을 입고서 ‘친구 먹었다’는 제목으로 오뎅을 들고 일베 회원임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담요를 두르고 있는 여학생 사진을 보고 ‘여기 특대어묵 3인분 배달이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어묵탕 사진을 가리켜 ‘단원고 단체사진’이라고 모욕했으며 결국 구속되었다. 어묵(오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이다.


일베회원이 5․18민중항쟁 당시 집단 발포로 희생당한 아들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사진에 ‘택배왔다, 착불이요.’라는 설명을 붙여서 게시해 처벌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서북청년단이라는 단체는 세월호 참사 추모 노란리본과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소름끼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공개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소수이지만 그들만의 문화를 구축한 것처럼 보여 더 걱정되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문제의 한가지 원인을 ‘교육’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은 그 사회의 시대적 조건과 사람들의 가치관과 욕망을 반영한다.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학벌사회, 살인적인 입시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교육정책은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면서 교육공공성은 최소화 되어가고 있다. 자본의 질서에 종속되어 버린 듯한 교육은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하고, 불평등을 점점 더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친구를 딛고 일어서야 하며, 상대를 이겨야 성공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육은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불편이나 불이익, 아픔이 아니면 관심조차 보이지 않거나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오히려 가난하고, 멸시받고, 아픈 사람들을 서슴없이 탄압하는 모습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나누고, 약자들과 함께 힘을 모으기 어려워지는 건 무한경쟁교육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기 위한 인격으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길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인간화의 문제는 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따뜻한 품성을 키울 수 있는 교실, 평등과 정의로운 가치를 배우는 학교, 함께 성장하는 상생과 협력의 교육,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고 인권이 생활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 속에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존중받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고, 학생을 겁주는 교육이 평생 겁먹은 시민을 만든다. 배우지 않고서 알고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과 사회는 따로 설명될 수 없고,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회는 바로 교육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끝>

 

글쓴이 : 조장우 사무국장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