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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거꾸로 가는 노동정책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급속도록 늘어났다.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인 ‘정리해고제한법’ ‘파견법’ ‘기간제법’ 등이 차례로 입법되고 기업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 직접생산에서 외주 도급 하청으로 고용과 생산방식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모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비정규직 비율이 55%로 정점을 찍고 2014년 3월에는 44.7%로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에 의해 또 다시 추진되는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 3월까지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하면 얼핏 고용이 2년 더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값싼 노동력을 기업들이 2년 더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2년 돌려막기에서 4년 돌려막기로 변했을 뿐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될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여기에다 55세 고령자에 대해 파견허용을 확대하면 가뜩이나 직접생산현장에 불법파견이 만연한 현실에서 제조업 전체가 불법파견업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준이나 절차를 명확히 해서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반해고 제도를 명문화하는 저성과자 퇴출제도를 도입하면 법정 정년 60세는 사문화되고 비정규직은 급속도록 확대된다. 여기에다 취업규칙 변경제도를 기업에 유리하게 해서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 능력 성과중심으로 개편하면 노조 조직률이 10%인 작금의 현실에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취업규칙이 악의적으로 변경되어 노동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전체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싸구려 일자리로 내몰아 삶의 질을 하향평준화 하겠다는 것이 정부대책의 요지이다. 창조경제의 기막힌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는 재벌의 곳간을 더 늘려주기 위한 것이다. 10대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009년 288조원에서 2013년 522조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권이 전체 국민을 위하진 않고 왜 이리도 재벌에 편향적일까? 중국고사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간다!” 보수정권의 고향이 어딘지 명확해진다. 


정권은 4대강 환경파괴를 4대강 살리기라고 한다. 공공성 파괴를 공기업 정상화라고 한다.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를 경제민주화라고 한다. 정규직 탄압 비정규직 확대를 이중구조 개선양극화 해소라고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개조의 대상인 범법자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아고라의 토론방에 이런 글들이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해고 요건도 좀 완화하자”“차라리 전 국민 노예화를 선언하라” “ 법안 만든 놈부터 계약직으로” “대통령, 국무위원, 국회의원, 사학, 검찰, 법원, 재벌.... 전부 해고요건 완화해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던가..” “박근혜 찍은 사람들 중에서 정규직들 표 빼고 다시 계산하자..!!” 요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대폭인상 이야기를 한다. 참으로 수상쩍다.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을 응원군으로 악법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시한은 3월 말이고 최저임금 인상 합의시한은 6월 말이다. 3개월은 말 바꾸기 충분한 시간이다.  요즘 양대노총제조공투본이 발족하고는 이중구조개악에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권리만 지키려는 투쟁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최부총리로 부터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구호가 아닌 몸으로 실천해야만 ….  <끝>

 

 

글쓴이 : 오현식( 청주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