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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학교운영위원이 학교를 바꾼다

3월 새 봄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됐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는 3월이 또 다른 한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새 학교, 새 학년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지낼 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은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21세기의 현실은 어떤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계 지출 중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이다. 여기엔 교육당국의 정책혼선과 공교육의 위기가 한몫했다.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에 내몰려 아이들은 시험기계가 되고 있다. 대학 서열이 사회 취업과 직결되다보니 학부모들은 마지못해 아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단번에 풀긴 어렵지만 우선순위를 본다면 공교육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학교가 제 자리를 찾아 우리 아이들의 등교 길이 즐거워진다면 다른 것은 부차적인 것 아닌가?


우리가 꿈꾸는 학교, 직접 만드려면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고 그래서 학업에 더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이게 바로 학부모들이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다. 그런 학교를 학부모인 여러분들이 직접 만들 수 있다. 학교장, 교사들과 함께 수학여행 일정, 학습준비물 제공, 친환경 식재료 급식, 방과후학교 운영시간, 비정규 교사 채용, 학교식당 직원 채용 등을 협의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과 직결된 교과서 채택 문제도 학부모들이 심의할 수 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에 정한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가 바로 이런 논의를 하는 하는 곳이다. 의무적으로 구성토록 한 법정기구이며 운영예산도 정식 편성된다. 학교의 폐쇄적인 운영을 지양하기 위해 학부모, 지역 주민, 교장, 교사가 참여하는 학운위를 1996년부터 운영해왔다. 현행법상 학운위는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다. 따라서 형식상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장은 학운위 심의 내용과 다른 결정을 하여 집행하고자 하면 서면으로 그 이유를 관할 교육청에 소명해야 한다.


결국 학교장들이 학교 운영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대상이 학운위다.


하지만 법정기구화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참여가 소극적이다보니 학운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 게 사실이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지망생이나 학교 관련 사업을 하는 이해관계인들이 학운위에 대거 참여했다. 염불보다 잿밥이 앞선 이들은 학교장의 방침에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교육감 선거의 선거권자로서 후보간 줄서기에 동원되는 사례도 많았다.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운영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뜻있는(?) 학부모들이 학운위 참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교가 무투표 당선으로 학운위원을 충원하다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하자
현행법상 학운위는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된다. 구성비율이 5:3:2 정도이기 때문에 학부모 위원들이 뭉치면 대세를 좌우할 수도 있다. 교원위원들은 학교장이 합석한 자리에서 반대의견을 내기 어렵지만 지역주민 가운데 선임하는 지역위원들의 지지를 얻으면 과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미리 정견을 준비해 적극적으로 학운위 선거에 입후보하면 당선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해관계로 막연하게 나선 사람과 간절한 교육개혁 열정을 가진 후보는 누가봐도 구별될 수 있다. 다행히 나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진 후보자가 나선다면 낙선해도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서울시교육청은 학운위 활성화를 위해 가장 선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단 참여를 확대하고 심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과 후 및 주말 등에 회의를 개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한 지역위원은 교장 추천보다는 학부모위원 및 교원위원의 요청으로 공개모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가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사항을 심의할 경우에는 반드시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또 학생의 학교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학생대표 등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생대표에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운위에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학교장이 정당한 사유없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시행하지 않거나 다르게 시행한 경우 운영위가 교육청에 시정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약 1만여개 초중고에 학교당 10명씩만 잡더라도 약 10만여명의 학운위원이 있다. 우리나라 학운위원들이 학교를 바꾸고자 하면 충분히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교원단체 못지않은 힘을 행사할 수 있다. 학부모 여러분, 지금 당장 학교로 달려가 내 자식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학교운영위원 입후보 신청서를 작성해 보시라^^  <끝>

 

 

글쓴이 : 권혁상 운영위원 (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이고, 충청리뷰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