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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노동자와 정치

지난여름 우병우 사태와 사드 도입 논란은 유례없는 무더위를 더욱 짜증나게 하였다.  그 소용돌이에 묻히기는 하였지만 더불어민주당 강령 전문의 노동자 삭제 파동은 노동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란 끝에 노동자 표현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이 일련의 ‘해프닝’을 보면서 노동자가 정치의 객체로 전락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울러 각 정당의 강령에 노동 관련 정책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시민권 및 사회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제시한 위에 노동자의 권리를 특정하여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는 제32조 1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제32조 3항, 그리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적시한 제33조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각 정당은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노동자 권리 없이, 일자리 창출만 

먼저 새누리당 강령에 해당하는 국민과의 약속 전문에는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노동 관련 기본정책을 제시한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나 노동조건에 대한 언급 없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제도 정비, 노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 청년고용증대를 위해 성과에 근거하는 임금직무체계 구축 등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유연화를 노리는 자본의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현장 임금격차와 차별 해소

더불어민주당 강령은 그 전문에서 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적시하고 있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일자리·노동> 부분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인권 및 노동기본권의 신장, 노동자가 주체로 참여하는 공공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 사회적 대화기구에의 실질적 참여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하였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사회서비스 분야 등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와 고용·복지·직업훈련을 연결시키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노동환경과 관련해서 최저임금의 적정화, 근로기준 준수와 사회보험료 지원 강화, 실업부조제도의 마련, 위험의 외주화 방지, 근로감독의 강화를 통한 위법적 노동행위의 근절과 정리해고 남용 방지 등을 열거하였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임금격차의 해소,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원책 강구 등을 비정규직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당 강령에 해당하는 정책방향 전문에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노동현장에서의 임금격차와 차별의 해소,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제 실시, 비정규직 남용을 차단하는 관련법 정비, 근로자가 직면한 사회적 위험의 체계적 해소, 적정한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보장, 고용·복지·직업훈련의 연계성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는 노동삼권의 보장과 공정·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지역별·업종별 노사 협의기구를 통한 자율적 노사문제 해결,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축 등을 열거하였다.  전반적인 내용은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권 사각지대 약자 대변 강조

끝으로 정의당은 강령 전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을 표방한다.  특히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청년구직자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의 대변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 정책을 제시한 <시민의 보편적 권리, 노동권의 확대>에서 노동의 존엄성을 전제로 최저임금의 대폭 확대, 임금격차의 해소, 비정규직(고용)의 공공부문에서의 금지와 민간부문에서의 엄격한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 등 노동조건의 개선을 언급하였다.  노동삼권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조직화의 장려·촉진,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양한 조직화 지원, 산업별·지역별 노사교섭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초·중등과정에서 노동의 존엄성 교육을 언명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노동 친화적 정책 수립위한 노력을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삼권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일상적 ‘경제 투쟁’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이래,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고착된 보수적(수구적) 정치지형 아래에서 노동자의 정치적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정당을 바탕으로 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우리의 정치현실이라면 ‘노동자의 정치’란 우선 정당으로 하여금 ‘노동 친화적’ 정강·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입법 활동을 통해 그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글쓴이 : 김배철(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이고, 청주교육대학교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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