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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칼럼] 동양교통을 말한다

동양교통을 말한다.  (조광복 노무사)



1.

“몇 달 동안 밤잠을 못 자고 있어요.  청심환을 복용하고 있어요.  잠을 자다가도 30분마다 깨고, 불안하고, 억하심정이 몰려오죠.  홧병이예요.”  “지금 우리 조합원들이 다 그래요.”  공공서비스노조 동양교통 김덕환 분회장의 말이다.  “회사 대표한테 조합원들이 주식을 위임을 해 준 것을 하루아침에 자기가 매매했다고 주장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죠.”  “그걸 돌려달라고 하니 하루아침에 수십 명의 고정기사를 예비기사로 돌려놓고, 해고시키고... 말을 못해요.”

내가 동양교통과 인연을 맺은 게 그럭저럭 4년이 되었다.  동양교통은 노동자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종업원주주회사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었다.  너무 오래도록 잘못 들어선 덕에 지금껏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주식을 갖고 벌이는 경영권 분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식 문제에는 간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 알고 하는 소리다.  경영권 분쟁은 야심 있는 개인들이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태생적으로 경영권 분쟁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주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길을 잘못 들게 만든 주범, 주식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서 이 길을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

2.

동양교통은 1979년 설립되었다.  하지만 부실한 경영 때문에 체불임금이 쌓여가다 2005년 3월, 체불임금을 상쇄하기로 하고 노동자들이 주식을 나누어갖게 된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양교통은 주식을 개인이 나누어갖게 된 것 그리고 리더를 잘못 만난 것 때문에 고단한 길로 접어들었다.

주식 배분을 주도한 이는 2005년 당시 권력을 쥐고 있었던 노조위원장 김0복이다.  김 씨는 조합원 개인의 소유로 넘어간 주식을 다시 무상으로 인도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여 자신의 측근을 대표이사로 앉히기를 반복했다.  때로 자신이 밀지 않은 사람이 대표이사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김0복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주식의 힘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가 무려 일곱 번 교체되었다.

그러니 정상적으로 경영이 될 리가 없다.  해마다 반대 쪽 사람들을 내모는데 시간을 낭비했다.  버스회사는 운송수입금에다 시로부터 지급받는 보조금이 있기 때문에 건실하게 경영을 하면 빚을 갚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동양교통은 몇 년 째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2006년도에는 무려 11개월 동안 한 푼의 임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지금도 달마다 100만원~1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3.

2010년 3월 지금의 대표이사 임0남이 취임했다.  지리멸렬한 동양교통 파행 사태의 종결판이다.  임0남 역시 버스기사 출신으로 노조위원장 김0복이 앉힌 사람이다.  임0남은 대표이사 직에 출마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자신이 잘 경영을 할 테니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자기한테 위임해달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많은 조합원들이 임0남에게 주식을 위임했고 거기다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있던 노조위원장 김0복의 지원까지 업었으니 대표이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표이사가 된 임0남과 노조위원장 김0복의 사이가 벌어졌다.  경영권 싸움을 벌인 것이다.  임0남이 노동조합을 흔들기 시작했고 위원장 김0복은 졸지에 대표이사와 맞서는 처지가 되었다.  노동자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줄서기를 강요당했다.  대표이사 임0남에게 줄을 선 사람들은 당장은 편하지만 위원장 김0복의 권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을 걱정해야 한다.  위원장 김0복에게 줄을 선 사람들은 당장 갖은 핍박을 견뎌야 할 판이다.

그리고 2010년 9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지금의 김덕환씨와 김0복이 경선을 벌인 끝에 김덕환씨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김0복은 해고되었다.  사실 김덕환씨는 임0남 대표이사가 지원한 사람이다.  김덕환씨는 임0남과 손을 잡고 김0복에 줄을 댔던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일조한다.  “그때는 그게 회사를 위한 길인 줄 알았어요.  경영이 안정되면 임금체불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임0남에게 이용당한 거예요.”

지금은 공공서비스노조 조합원이 된 이0동씨의 말이다.  “조합장(김0복)이 싫어서 사직을 했는데 임0남 대표이사한테 전화가 왔어요.  자기를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재입사했죠.” “전 조합장(김0복) 패거리들을 괴롭혀서 내보내달라는 거죠.”  “회사가 일을 많이 빼주었는데 그 시간에 근무 중인 다른 기사들한테 가서 욕을 하고, 싸움을 걸어요.”

“그때 대표이사한테 사주를 받은 기사가 유00, 이00, 정00, 방00, 고00 들이 있었어요.”  “우리들이 했던 것은 심하게는 밥 먹는데 가서 밥상을 엎고, 여자승무원들도 있는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해대는 거예요.”  “그것으로 벌금을 맞으면 임0남이 다 내주기로 얘기까지 되었어요.  그것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개판이 되었지요.”  “그땐 그게 회사를 살리는 길인 줄 알았어요.”

4.

그런데 기절할 만한 일이 생겼다.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임0남이 노동자들의 주식을 위임받아 대표이사 직에 오르자 세무서 신고에 필요하다며 주식을 위임해준 사람들의 인감 6통, 인감도장을 회사에 맡기도록 해놓고 아무도 모르게 자기 앞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또 신규입사자에게는 주식 값으로 1인 당 1,500만원을 임0남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하고, 주식은 자신에게 위임을 해 달라 해놓고 역시 인감증명서 6통, 인감도장을 받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자기 앞으로 매매계약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졸지에 주식은 임0남 소유가 되었고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한 참 후에 알게 되었다.

2011년 10월부터 사단이 벌어졌다.  노동조합과 피해 당사자 33명이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였고 11월에는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10월 4일 또 하나의 노동조합이 ‘동양교통운수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비조합원 신분이던 계약직, 촉탁직, 정비사까지 신규 노조에 가입시키고 인력이 더 필요 없는데도 기사들을 대거 새로 채용하여 신규노조에 가입시켰다.

기존 노조의 조합원 중 25명을 한꺼번에 고정기사에서 예비기사로 내려앉혔다.  고정차량에 배차를 받아 안정적으로 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소외 “땜빵”이라고 하는, 이 차량 저 차량으로 옮겨 다니며 운전을 했다.  어떤 조합원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57명으로 줄었다.  대표이사의 반대편에 서 있던 조합원 중 3명이 연달아 해고되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해고된 조합원들이 노동위원회로부터 복직판정까지 받았으나 아직도 복직되지 않고 있다.  해고조합원 권0찬씨도 그 중 하나다.  “부모님 2분을 모시고 있고 아이가 둘이 있어요.  아버님이 장애인이라 거동을 못하시는 형편인데 어머니까지 두 번째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아버님이 요양원에 가 계시는데 그 비용과 어머니 수술비를 감당을 못할 상황이지요.”  “하루 서너 시간 밖에 못 자고 있어요.  가끔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생각해요.  대표이사를 찾아가서 해치고 싶은 마음이...”

견디다 못해 동양교통 노동조합은 2011년 11월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든 이 지리멸렬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5.

내 땅이 졸지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바뀌었다면 그리고 그걸 돌려달라고 하자 온갖 핍박을 준다면 온정신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동양교통의 노동자들이 그렇다.  그래서 이들이 대표이사에게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고 정당하다.  나는 이것을 경영권 분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상식적인 투쟁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주 지역 버스회사 중 노동자들이 주식을 인수한 곳이 동양교통과 우진교통 두 군데다.  동양교통은 인수한 주식을 노동자들이 나누어가졌으나 우진교통은 믿을만한 제3자에게 무상으로 양도하였다.  그 3자는 일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들이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며 자주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출발지점에서 선택한 이 차이가 지금의 모든 차이를 만들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동양교통은 여전히 매달 100만~150만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고 우진교통은 많은 채무를 갚고 나서 전국 최상위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동자가 개인 명의로 주식을 갖고 있다 해서 자주관리가 아니다.  이제 동양교통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강탈당한 주식을 되찾은 후 어떤 방식으로 주식을 소유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주식의 소유관계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야심 있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지리멸렬한 줄서기와 아귀다툼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대표이사의 탄압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동양교통 노동자들이 긴 고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를, 그리고 명실상부한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가는 첫 발을 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나를 포함하여 지역 사회는 그 길을 가도록 지원해야 할 책무가 있다.

 

 

 

 

등록일 : 2012년 4월 1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