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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칼럼] 노예를 고용하기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는 병원들

 

 

노예를 고용하기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는 병원들

작년에 진천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간병사로 근무를 하다 퇴직한 분이 상담을 온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병원에서 그만 두라고 사직을 강요하여 어쩔 수 없이 그만 두었는데 억울하다며 병원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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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그 아주머니더러 왜 그만두라고 했을까? “한국 사람들 다 내보내고 거기에 중국 교포들을 채용하려는 거예요.”, “지금 간병사들이 30명 정도 되는데 내가 그만두고 한국 사람들은 한 명도 없어요. 전부 중국교포들이예요.”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다. 얼마 전 간병일 하시는 한 분이 상담을 오셨다. 청주에 있는 모 요양병원이다. 그런데 들어보니 진천에 있는 요양병원과 사정이 똑같다. “자꾸 병원에서 그만두래요. 그러면 실업급여 받게 해준다는 거예요.” “아니 왜요?” “얼마 전에 중국교포 3명을 채용했거든요. 병원이 재미가 들려서 한국인들 다 내보내고 중국 교포들로 채울 거란 얘기가 있어요.”

이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를 빼고 15명 정도의 간병노동자들이 근무한다. 개원한지 한 3년 되었다고 한다. 한 3년 운영해보니 다른 요양병원이 돈 번 이야기를 들었나. 알음알음으로 3명의 중국교포를 채용했다.

간병노동자들은 보통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패턴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요양병원의 중국교포들은 휴무가 없다. 매일 24시간 일한다. 잠을 자는 공간도 별도로 없다. 야간에 환자들 옆에서 간이 침상을 놓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기를 반복하는 정도다.

병원이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는 간병사들에게 주는 월급은 보통 13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중국교포를 채용하여 격일근무로 하지 않고 휴무 없는 종일근무를 시킨다고 치자. 그 중국교포에게 월 180만 원 정도를 준다 하더라도 병원은 한 사람 당 60만원을 더 남기는 것이다. 거기다 4대보험료 절감분도 있고 퇴직금 절감분도 있다. 노동조합 같은 엉뚱한 궁리도 하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대박 나는 장사 아닌가?

그 요양병원은 간병사 전원을 중국교포로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근속이 가장 오래되어 그 중 임금이 높은 이 분을 먼저 나가달라고 보채고 있는 중이다. 실업급여를 미끼로 건네면서 말이다.

참고로 일반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법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고용해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아직 그것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자격이 없는 중국교포를 채용해서 휴무가 없는 24시간 근무, 그야말로 노예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양병원에서 중국교포들을 채용하는 것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동군립노인병원도 작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간병노동자들 전원을 내보내고 중국교포들을 채용하는 바람에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국인 간병노동자들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 중 실제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3분의 1이 안된다고 한다. 요양병원들이 중국교포를 채용하기 위해서 일하고 있는 간병노동자들까지 내보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간병노동자 대 중국교포. 우리가 싫증나도록 보아온 구도 아닌가? 정규직 대 비정규직, 남성 대 여성, 국내인과 이주민. 지금 청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월급 받는 택시기사와 도급제 기사. 법과 제도라는 것은 무섭다. 처음에 저항을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의식은 반드시 지배받는다.

그래서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노예를 고용하기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는 병원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등록일 : 2012년 2월 13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