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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칼럼] 영진교통에서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전조증상을 느낀다

영진교통에서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전조증상을 느낀다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히 뇌혈관질환, 심장질환과 관련하여 전조증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전조증상이란 신체가 발병할 것을 미리 경고하는 증상이다. 가령 며칠 동안 가슴 통증이 있거나 혹은 가슴이 꽉 막힌 느낌이 계속 되면 심근경색증을 미리 알리는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뇌경색의 경우에는 머리가 어지럽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두통이 나든지 아니면 손이 저리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불행하게도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 발병한 사람들 중에는 전조증상이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못한 채 넘겨버려 사망에 이른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선량한 노동조합들이 전조증상에 둔감하여 중요한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그로 인한 상처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니 뼈아픈 일이다.

지역 내 중요한 택시 사업장의 하나인 영진교통을 보면서 세 가지 측면에서 사업주가 노동조합의 와해를 책동하고 있다는 전조증상을 느낀다.

첫 번째, 2011년도 들어 지역 택시 사업장을 관통하는 일련의 흐름 때문이다. 청주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 싶은 사업장엔 편지풍파가 훑고 갔다. 신화택시에서 사업주가 지원한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그 복수노조가 교섭 대표권한을 확보했다.(이 문제로 법원에 소송이 걸린 것으로 안다) 공민교통에서 어용위원장을 세우기 위해 사업주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제법 성과를 이뤘다.

이제는 영진교통에서 사단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역에서 벌어진 일련의 흐름을 보며 지역 택시 사업주들끼리 상당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 교감이 단지 노동조합과 협상해서 더 얻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이른바 먹튀 자본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십 년 동안 비교적 온건하게 회사를 운영했던 대표이사가 빠져나가고, 전무가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다. 그런데 전 대표이사가 소유했던 주식을 다른 사람이 사들였다는 매우 신빙성 있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사주는 택시 사업장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주는 먹튀 자본일 가능성이 크다. 먹튀 자본의 공통된 특징은 투기자본이라는 것, 짧은 기간 내에 최대한의 단물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고 노동조합을 와해하거나 무력화시킨다.

세 번째,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잘 말해준다. 대표이사가 바뀌자마자 법과 노조를 무시한 채 택시차량을 개인별로 불하하겠다고 나서고(이것이 구조조정이다), 아직은 소수인 복수노조가 준동을 하고, 사납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노동조합 방침을 따르는 조합원들을 불이익주거나 해고하고, 회사 방침을 따르는 일부 조합원들이 갑자기 노동조합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써먹는 유형들이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청주 지역에서는 10년 이상 택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그 사이 월급 한 푼 없는 불법도급제가 잠식해 들어오고, 택시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가 영진교통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영진교통 노동조합이 무너지면 지역 택시 노동조합의 활동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점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지금의 영진교통 문제는 단지 근로조건 유지나 개선이 이슈가 아니다. 사업주의 속내는 지금의 노동조합과 사생결단을 보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방식의 선택을 고민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전조증상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와해되는 길로 가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 말이다. 이 경고음을, 특히 노동조합과 관계 맺거나 지원하고 있는 분들이 각별히 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등록일 : 2012년 1월 10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