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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한국인의 소통방식

고교 동기 밴드에 한 녀석이 11년간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 본국으로 돌아가는 목사께서 체험한 한국인의 단점과 장점을 적은 글을 밴드에 올렸습니다. 읽어보니 순전히 극우적인 정치적인 글 같아 저 뿐만 아니라 몇몇이 댓글로 이런 글 퍼다 나르지 말라고 비난한 적이 최근에 있습니다.

제가 농담 삼아서 “이런 글 읽고 퍼오지 말고 차라리 오랫동안 외국서 지냈던 나한테 한국인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물어봐.”하고 댓글을 달았더랬습니다. 이런 글을 주고 받으면서 제가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우선 한국인이 대인관계에서나 공적인 일을 대할 때 소통하는 방식의 문제를 기회가 있으면 지적해 보고 싶었습니다.


구조적 사고의 부족

직장 조직에서나 정치판에서나 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에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하고 그래서 일이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처리가 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개인간의 관계는 뒤로하고 우선 조직생활에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공사구분이 안 된다는 것과 책임과 권한이 명확치 않아서 갈등이나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지가 애매해 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비교적 구조적인 사고가 부족한 듯 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표적으로 세월호 사건이 이에 해당합디다. 사건이 총체적인 구조적 결핍으로부터 초래된 것이고 사람들의 이기적 탐욕이 빚은 참극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것을 해결하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해 지는 것이죠. 

구조적인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은 최근 치러진 총선의 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당이 된 더민주당에 권유에 의해 선거 자원봉사 일을 하였던 모 증권사 사장의 경험담은 귀담아 들어볼 만 합니다. 최고 의석수를 받은 당이지만 선거전에서 달랑 정권심판이나 경제 살리기라는 단순한 설문정도만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패널 토론이나 포커스 인터뷰 등 국민들의 표심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부재하고 그에 따른 정책개발도 없고, 그렇다 보니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도 가까운 지인이 전국적으로 돌며 민심을 들려주는 이야기에 맞추어서 선거 전략을 짜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가지고 있는 상품, R&D, 거버넌스가 한국 정당에는 부재하다고 하더군요. 표를 더 얻고 덜 얻는 것이 과학적 접근이 아닌 결국 로또가 되는 셈이지요.  


타인의 부당함에 눈감고

그리고 어떤 계획이나 절차의 방식을 민주적으로 정하는 게 아직까지 익숙치 않습니다. 개인간의 인간관계 및 감성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도 합니다. 타인간의 관계에서도 본인이 손해 볼 일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인권이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이익에 밝은 것이죠. 갈등이 발생하고 심한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이 있어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중시하고 조직의 규율이나 일상을 더 중요시합니다. 본인의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과의 관계도 주로 지연, 혈연, 학연 형태로 형성된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조금씩 깨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합니다. 그렇다 보니 모 아니면 도,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팽배하고 타협이나 협의가 부족해지는 것이지요. 노동세계에서도 기업주가 정관언과의 연결고리 속에 성장 논리를 펼치면서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아도 자신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국식 자본주의

왜 이런 문화가 형성되었는지, 이러한 문화의 뿌리는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생각해 봅니다. 결국 폐쇄적 유교문화의 요소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단점만 골라서 정착한 한국식 자본주의가 그 원인일 것입디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자부심, 그 뒤에 텅빈 사회적 가치와 합의들. 한국민은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약합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가 성숙된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들을 어떻게 개인들끼리 합의해 내고 실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 : 최승호 (청주노동인권센터 연구위원장이고, 충북발전연구원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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