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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칼럼] 술 권하는 회사?

 

 

술 권하는 회사?

 

아마도 5개월 전 쯤 되었나보다. 나이도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 오셨다. 낮이었는데 술들이 얼큰해보였다. 술이 들어갔으니 말도 두서가 없다.

한 회사의 사내 협력업체에 근무한다고 했다. 그 협력업체 사장이 곧 바뀌는데 새로 들어올 업체 사장이 전원 고용을 하지 않을 심산이란다. 열 받아서 술 한 잔 했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술 한 잔 걸치고 꺼내놓은 이야기가 장난이 아니다. 원청회사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도축업체다. 정작 원청 소속 정규직은 그리 많지 않고 사내 협력업체 소속 직원을 다 모으면 한 500명 이상은 될 거라고 한다.

이 분들이 소속된 업체는 기억하기로 도축된 돼지 내장을 해체해서 분류하는 일이라고 했다. 험한 일에 의외로 여성들이 많이 투입된다고 했다.

그 때 상담을 온 한 아주머니가 하는 얘기다. “우리 세면장도 없이 일해요. 돼지 내장을 하루 종일 발라내면 온 몸에 피가 튀기고 그 냄새가 몸속에 배겨서 집에 가면 더 진동을 해요.”, “여자 세면장이 없으니까 적당히 손 씻고 세수만 하고 집에 가는 거예요.”

작업 환경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고용을 보장받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들은 단지 법적으로만 해결하기는 곤란한 문제들이어서 이래저래 시간을 들여 상담을 해드렸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사이로 두 번 정도 전화 상담을 해드렸던 것 같다. 그 후로 한 5개월은 잊고 지냈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오셨는데 웬걸 또 한 잔 걸치셨네. 또 두서가 없다.

갑자기 세면장 얘기가 생각나서 “고용 문제랑 세면장이랑 어떻게 됐어요?” 하고 여쭤보니 “작업을 거부했죠. 그랬더니 고용 문제도 일단은 해결되고 세면장도 생겼어요.” 하신다.

그런데 사장이 바뀌고 나서는 전에 운영했던 사장이 5개월이 되도록 퇴직금을 주지 않는단다. 거기다 새 업체 사장은 무슨 심보인지 덩달아 5개월이 되도록 4대 보험도 가입시켜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다는 것이다.

이것도 쇼킹한 일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그 원청회사는 도대체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문제에 어떻게 이토록 깜깜이란 말인가? (하긴 그래서 사내 하도급으로 돌렸겠지만 말이다) 원청에 있다는 그 정규직 노동조합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은 며칠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고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경우 도와드리기로 했지만. 마음은 영 좋지 않다.

무엇이 대낮부터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술을 권했던 걸까? 비릿한 내장 냄새를 안주 삼아 한 잔, 답답한 현실을 안주삼아 또 한 잔, 아마도 이런 분위기 아니었을까?

 

 

등록일 : 2011년 5월 30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