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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쌍용자동차 파기판결의 의미

사실 해고라는 말은 밥줄을 끊는 것이다. 당사자한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고라는 말도 무시무시한데, 정리해고라는 말은 더더욱 무섭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전체 직원의 1/3인 2,646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노사협의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는 165명이 해고되었다. 이렇게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이 2010년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는 지고, 지난 2월 2심에서 이겼다가, 지난 11월 13일 대법원에서 다시 패하고 말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2009년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또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지난 9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파견근로자들에 대해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들 판결과 함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2심 판결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쌍용자동차 2심 판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고,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판결도 상급심에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근로관계, 고용관계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이 생명줄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모든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만큼,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조항은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 낸, 대단히 소중한 가치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도 해고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제24조). 바로 정리해고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으면 해고가 가능하다. 이 조항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지위는 매우 불안정하게 되었다.
이 조항은 1998년 IMF 때 도입되었다. IMF로부터 도움을 받는 조건 중의 하나가 이 정리해고 도입이었다. 이런 조항이 있어야만 국제 투기자본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도 2005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 자본이 인수하여 갖고 있다가 정리해고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재판부, 법정에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주문만 선고


대법원은 이번 선고를 하면서 법정에서 판결의 결론에 해당하는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는 ‘주문’만 읽고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주문만 선고한 것은 소란을 예상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취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법정에서 그 이유조차 말하지 못하는 판결이 어떻게 설득력을 갖겠는가? 특히나, 쌍용자동차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25명이나 되는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중대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려면, 법정에서 당당하게 그 이유를 밝혀야지, 종이 판결문으로 대신하여서는 법원의 권위가 설 수 없는 것이다.


또 이번 재판은 대법관 4명으로 이루어진 소부(小部)에서 하였는데, 그 중대성을 감안할 때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전원합의체에서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하여야만, 그 결론이 어떠하든 대법원 판결이 설득력을 갖고 사회통합에 더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경영상 이유로 한 해고를 제한하자는 것

 

원래 정리해고의 근거조항인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제목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이다. 속뜻이야 정리해고를 합법화한 것이지만, 겉으로는 경영상 이유로 한 해고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대법원의 보수적인 태도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사측 대리인으로 관여하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번 쌍용차 사건에서도 김용담, 박일환 전 대법관이 사쪽 대리인이었다. 아무리 법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들, 법을 적용하는 법원에서 임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법은, 그리고 법원은 원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다.  <끝> 

 

 

글쓴이  : 오원근 (변호사로 일하고, 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