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8. 14:22ㆍ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4월 9일 커피향이 폴폴 나는 롯데네슬레코리아에 갔습니다. 순박한 웃음이 매력적인 최종덕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최종덕 회원이 일하는 포장라인 견학(?)을 갔습니다. 공산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내 손에 커피믹스 하나가 쥐어지기까지 참 많은 노동이 있었단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커피 만드는 노동자 이야기 지금 들어보세요^^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시는지?
두바이, 남아공쪽으로 수출하는 카푸치노 커피 제품을 포장해요. 요즘은 거의 자동화가 돼서 커피 상자, 커피 포장지 등을 채우고, 불량발생하면 체크하고, 기계 살피는 일 위주로 해요.
근무형태는 3교대예요. 이번주는 새벽근무여서 새벽6시에 출근해서 오후2시에 퇴근하죠. 근무는 일주일단위로 새벽, 오후, 야간으로 돌아가요.
여기서 만 20년 일했어요. 20대 중반에 첫 직장으로 입사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죠. 근무지는 원하면 신청해서 변경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늘 같은 일을 해요. 저는 국내용 포장에서 수출용 포장으로 근무지를 한번 바꿨고요.
# 일하며 힘들거나 보람되는 점은?
교대근무 하는게 제일 힘들죠.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되요. 야간근무하고 나면 비행기 타서 시차 적응 안되는 것처럼 어질어질 해요.
보람되는건 일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 동료들하고 개선점을 찾아서 변화시켜 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불량이 많이 발생하면 그걸 계속 치워야 하니까 일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불량 안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유해서 불량이 줄어들게 만들어요.
# 노동조합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95년에 처음 일을 시작했고, 98년에 대의원을 시작하면서 꾸준하게 간부활동을 했어요. 그 당시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회사 타겟이 돼서 괴롭힘을 많이 받을 때였어요. 그래서 서로 노동조합 간부를 하지 않으려고 떠미는 분위기였죠. 할 사람이 없으니 주위 선배들이 제가 해보면 좋겠다고 해보라고 독려하길래 어쩌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 노조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일은?
네슬레는 2000년, 2003년, 2009년, 2014년 꾸준히 파업을 해왔어요. 매번 전면파업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휴일근무 거부 등 단체 행동을 계속 해왔죠. 그 중에서도 2003년도 145일 파업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영업부 구조조정과 현장 외주 하도급 추진을 막으려고 했던 파업이었는데 승리의 기쁨과 아픔이 있어요. 일단 구조조정과 외주 하도급을 함께 막아내서 기뻤죠. 또 긴 시간 다른 부서 사람들하고도 얼굴 맞대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파업이 장기전으로 가다보니 회사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탈하는 조합원도 생기고 그 과정에서 애환이 많았어요. 파업을 잘 마치고 다시 복귀해서 만났을 때 껄끄러움과 미안한 마음, 소외되는 감정들 때문에 스스로 그만두는 분들도 있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 네슬레가 롯데와 합작했다고 들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네슬레와 롯데가 50:50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적인 경영권은 롯데에서 가지고 있어요. 롯데의 노무관리가 노동자에게 좋은 편은 아니어서 조합원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노골적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근로조건, 복지조건을 저하시킨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롯데와 합작한 이휴 적개심이 생기고 경계하게 되요. 또 대부분의 조합원이 근속년수도 오래되고 나이도 많아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어요. 아직 롯데에서 별다른 조짐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언제 불어 닥칠지 몰라서 긴장하고 있죠.
#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네슬레노동조합은 민주노총충북본부에 직가입해있었는데 그게 문제가 돼서 탈퇴하고 다시 연맹으로 가입하려고 준비중이예요. 지금은 민주노총에서 탈퇴해 있는 상태고요. 상급단체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민주노총 총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요. 매년 총파업이 절실하지만 지금이 가장 절실한 시기 같아요. 새천년이 지나도 노동자, 노동조합의 자리를 후퇴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뉴스를 보니까 조만간에 반비정규직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네슬레는 비정규직은 없는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예요.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센터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는지?
김남균 기자가 민주노총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으로 있었을 때 친하게 지냈어요. 2003년 파업에도 도움을 주고, 저랑 동갑이었거든요. 그러다 김남균기자가 연락이 와서 노동인권센터에 회원으로 가입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센터를 알게 됐어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밖에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센터가 많은 도움을 주니 고마워요.
# 봄인데, 가족 나들이 좀 다녀오셨는지?
시골이 음성이라 애들하고 몇주 전에 음성에 다녀왔어요. 한참 봄나물 나올 때였거든요. 할머니 집 근처가서 냉이랑 달래랑 캐고 왔어요. 날이 참 좋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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