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터

2015. 6. 18. 18:14노동&이슈/기사&칼럼

노동자들의 일터는 어떤 곳일까! 인간들에게 유용한 이를테면 화장품 음식료 자동차 냉장고를 합심하여 만들며 기업 구성원 전체가 가족처럼 지내고 한가로이 식사를 하는 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여가 생활의 여유를 제공하는 환상적인 그런 장소는 결코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일터는 생존(임금)의 근거지가 되며 기업주에게는 착취(이윤)의 근거지가 된다. 따라서 기업이윤과 노동인권 사이에는 쉼 없는 마찰과 격돌이 일어나게 된다. 심하면 적대적 관계로 비화되어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된다. 2014년 조정 신청 건수는 전국적으로 886건이고 구제신청(해고 징계)은 14,631건 임금체불은 2011년부터 2015년 3월까지 120만명에 5조922억원 달한다. 여기에다 포기한 것 까지 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한마디로 살벌한 곳이다.


000학은 산업구조조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간 기업이다. 일터의 작업환경도 20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건설현장의 막노동판에서 말끔한 현장으로 변모했다. 이제 일터에서 중노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힘든 일은 아예 비정규직이 전담하고 있다. 맞교대 12시간씩 근무를 해도 별 힘든 줄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회사의 3교대 정책에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휴식시간이 줄고 인원이 축소되어 일도 힘들어지고 월급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부족하지만 여유와 자유를 가족과 함께 할 것인지! 보다 넉넉함을 위해 온종일 기계와 씨름하며 살 것인지! 서로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커피를 생산하는 000슬레가 시장싸움에 밀려 끝내 롯데와의 합병을 선택하였다. 그 옛날 잘나가던 시절에는 커피시장 점유율이 45%에 육박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5%대 미만이니 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회사는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고통분담 요구가 거칠다고 한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연장근로 문제로 마찰도 많고 현장 내부의 의견도 분분한 상태에서 2014년 교섭이 장기간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노조는 임금동결과 58세 이후의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를 받아 들였다. 노조의 일이란 것이 덧셈 뺄셈처럼 정답은 없는데 동료 간의 인심까지 메마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00노동조합이 작년에 이어 천막농성에 돌입하였다. 지난해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였다. 노동법개악저지 4.24민주노총 총파업투쟁에는 전체 조합원이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청 정문에서 택시노동자, 수도검침노동자, 간병노동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관아에 찾아가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간병노동자들은 비닐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장이 전원 해고통보를 했고 시청이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초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 관아를 점거해야 문제가 해결될지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에 커다란 민란은 농사철을 피했다고 한다. “가난이 방문을 열면 사랑은 창문너머로 달아난다!”라는 속담도 있다.  요즘 자본가들의 노동자탄압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다. 압류 손해배상 등 돈 줄을 철저히 봉쇄하며 빼앗는 것인데 이러한 탄압은 노동자들을 가정파탄 심지어 자살이란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복수노조 시대에 들어 많은 노조에서 조합원들이 회사노조(새노조)로 대거 이동하면서 민주노조가 힘을 잃고 있다. 정리해고제가 도입되고 기업의 탄압이 날로 포악해 지자 이제 양심은 중요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만큼 일터는 생존 그 자체로 너무도 절실한 곳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의 자연인처럼 살면 모를까 임금에 속박된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 살 수 있는 세상은 없다. 때문에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끝>

 

글쓴이 : 오현식(청주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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