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배당제, 이념 아닌 민생 문제

2015. 10. 16. 13:59노동&이슈/기사&칼럼

청년 고용 증가율 마이너스 


대한민국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청년은 있지만 청년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헬(hell·지옥)조선’으로 부를 만큼 깊은 절망에 빠져있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해도 만족한 직장구하기가 대학입시보다 어려워졌다. 설사 취업하더라도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벗어날 수 없는 불안정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다. 

10대 그룹의 청년고용 비중이 해마다 감소하고,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지난해 청년고용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8일 2010~2014년 10대 그룹의 29세 이하 청년고용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10대 그룹 전체 직원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7.5%에서 2014년 25%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 기간 상용직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9%에서 24%로, 계약직은 44.5%에서 39.5%로 감소했다. 특히 청년고용 증가율은 2011년 6.4%였으나, 2012년 5.8%로 줄고 2013년 0.4%를 거쳐 2014년에는 마이너스 2.9%를 기록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주체로 내세우는 대기업이 정작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 배당제


정부정책이 여의치 않다보니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9월 청년배당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들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100만 원을 지역상품권이나 카드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예산이 한정된 탓에 2016년 만 24살인 청년 1만1300여 명에게 우선 지급한 뒤 점차 수혜 대상자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이 시장의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보수언론은 한 목소리로 ‘정치적 포퓰리즘’을 우려했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어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년의 위기는 국가 미래의 위기라는 인식에서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배당제’은 일종의 기본소득 제도로 전 국민에게 일정금액의 최저생계비를 국가가 조건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65살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던 기초연금 공약이 바로 기본소득제인 셈이다. 

기본소득제 도입논쟁은 이미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유럽의 많은 진보정당이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스위스는 내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성인 1인당 매월 30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실시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남미의 브라질은 몇년동안 일부 지방에서 시범실시후 좋은 평가를 얻었으나 재정부족으로 전면 시행을 보류하고 있다.  


왜 기본소득제일까


이미 많은 예산을 복지비로 사용하고 있는 유럽국가가 막대한 예산부담이 있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의 경기침체와 낮은 고용율은 더이상 기존의 경제정책이나 복지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화 정보화된 산업현장에서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고용없는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윤추구가 우선인 기업에서 사내유보금을 덜어내 일자리를 더 늘릴 가능성은 낮다. 결국 청년실업으로 내수경제가 활력을 잃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각한 부의 양극화와 낮은 복지수준, 악화된 내수경기등을 생각하면 우리는 유럽보다 이 제도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브라질이나 그리스처럼 허약한 경제구조도 아니고, 낮은 소득세율과 부동산세 등의 세제를 개편하면 상당한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성남의 청년배당 정책은 단순히 청년복지 문제로만 생각할 건 아니다. 지역의 내수진작을 위해서도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일단 성남시는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나 카드로 지급한다. 지역화폐는 성남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 할 수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내에 돈이 돌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 대형마트가 많은 청주는 수익의 대부분이 지역내에서 순환되지 않고 서울본사로 올라간다. 지역 재래시장이나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는 정서적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데도 유익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소통 필요


민주국가의 정책이 100% 옳고 100% 잘못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은 선과 악으로 가르는 것이 아닌 그 효과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결정 이전에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의심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TV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증세가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다른 후보는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 아니예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한 후보가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런 식의 대화는 누가 봐도 소통이 아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제, 나아가 유럽의 기본소득제에 대해 이젠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민생문제를 좌우 이념의 틀 속에 더 이상 가두지 않는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



글쓴이 / 권혁상 (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이고, 충청리뷰 편집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