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5. 17:13ㆍ지금센터는/센터가 만난 사람
민경태 회원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기에 7월 15일 만나러 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붙은 협동조합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년퇴직 이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민경태 회원은 즐거워보였습니다. 늘 누군가의 지시를 받던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섰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0^ / 청주노동인권센터
# ‘청주 관광버스 협동조합’을 만드셨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관광업계는 과반수, 아니 70%쯤은 지입차로 운영돼요. 지입차는 명의만 운수 회사에 등록되어 있고 개인이 그 차를 사서 운전하는 걸 말하는데 엄연히 불법이죠. 저도 오랫동안 고속버스에서 운전하다가 몇 년 전에 정년퇴직하고 지입차를 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입차는 차주들한테는 엄청 불리하더라고요. 차 할부도 갚아야 하고, 기름 값, 수리비 등을 전부 내가 부담해야 하거든요. 회사에 지입료를 내도 회사가 관리해주는건 별로 없어요. 결과적으로 회사만 좋았죠.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지입차를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전에,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다 싶었어요. 아무렴 지금보다는 좋아지겠지 싶어서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었죠.
#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차를 소유하고 있는 지입차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그 조합에 소속된 차량으로 전과 같이 일하는 거예요. 실제로 일하는 건 거의 비슷하죠. 그런데 다른 점은 법 제도화 속에 들어갔다는 거예요. 수입도 모두 협동조합에 입금해서 이익금을 합당하게 나눠 갖고,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고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되죠. 특히 좋은 점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회사가 갑이고 우리가 을이었거든요. 회사에서는 수 틀리면 차 빼서 나가라고 했으니 딱히 반항할 수도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결정할 때 조합원 17명이 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또 내가 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직접 관리하니까 좋죠.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어요.
# 협동조합에서 운전하는 차, 더 좋은 점이 있나?
요즘 안전이 화두 자나요. 아무래도 관광철이 되면 이동이 많아져서 큰 사고도 많이 나는데 지입차는 사고가 나도 사후처리가 제대로 안되서 문제가 많았거든요. 사후처리만 문제가 아니라 운전기사들도 안전보다는 한탕 더 뛰려고 급하게 운전하는 경향이 있었죠.
그런데 협동조합에 속해 있으면 사고 처리도 제대로 될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해서 운영하니까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해요. 그러니 전보다 더 친절하고 안전 운전하게 되죠. 그런 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 새롭게 시작하는 일, 어떤 각오로?
평생 남 밑에서 일만했지 사업이란걸 해본적도 없고 해볼 생각도 없었는데, 살다보니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실수도 많고 서투르지만 앞으로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이나 조합이란 이름을 가진 단체들이 그렇듯이 정관에 따라 움직이고, 조합원들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노동조합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접목시켜서 운영하면 초보자보다 낫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하고 있어요.
# 센터랑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고속버스에서 일할 때 회사가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탄압이 심했어요. 그 당시에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어려운 시기에 우연찮게 센터를 알게 되서 지금까지 어려울 때마다 부탁하고 배우고 공존하면서 죽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 볼 때 어떤 느낌인지?
노동조합 활동을 할 당시에 동지들한테 포용력 있게 더 잘해줬으면 좋았을걸, 또 회사한테 더 강인하게 나섰으면 좋았을걸 싶어요. 더 열심히 했더라면 우리 동료들 권익보호나 복지향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쉬움이 남아요.
사실 제가 평생을 운전대 잡고 살았거든요. 1971년부터 시작해서 정년될때까지 일하고, 또 앞으로 협동조합에서도 계속 운전을 할거자나요. 정비공장에서 조수부터 운전서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해와서인지 여전히 마음이 많이 가요. 지금도 그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후배들이 회사의 탄압에 잘 싸워나가면 좋겠어요. 저도 그 길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끝>
인터뷰·정리 / 김현이, 김현근 (청주노동인권센터)
사진 / 육성준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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