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1.

2014. 5. 30. 15:20센터를 찾은 사연

 

 

 

<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1. 2011년 2월 7일 새벽>

오늘부터 청주노동인권센터 상담일지를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다.
한 4년 동안 천안 인근 산 밑에 산 적이 있다. 집 뒤에 낙엽송이 열병장에 군인이 도열하듯 늘어서 있었다. 십여 년 전에 나무를 싹 베고 거기다 낙엽송을 심었단다. 그런데 그 낙엽송이란 놈은 빨리 자라는 것은 좋은데 뿌리와 줄기가 허약해서 비바람이 들이치면 한 놈씩 고꾸라진다. 그리고 멋대가리가 없다. 일렬종대, 우향우좌향좌, 앞으로 나란히. 그 낙엽송이 짠하다는 생각, 드문드문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속에서도 어린 굴참나무며 갈참나무며 또 떡갈나무들이 제법 목을 내밀고 있었던 것 같다.

... 각설하고 월요일부터 참 바쁘다. 주유소에서 50대 되신 두 분이 찾아왔다. 한 분 왈, “집사람이 암 검진 결과 나오면 그만 둘 건데 그래서 그만두면 7일 쯤 전에 미리 얘기하겠다고 주유소에 얘기했거든요, 근데 그날 밤에 주유소장이 전화가 와서 뭘 그때 그만두시냐,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분이 한 열흘 후면 1년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의 주유소가 전에도 1년 덜 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퇴직금 때문이란다. 그리고 또 한 분이 얘기한다. “내가 같은 사장이 운영하는 다른 주유소 있다가 여기 주유소로 온지 4개월 됐거든요, 이 형님 이렇게 짤리고 나니 내 일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 좀 보충해달라고 했죠.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일할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근데 나한테도 그만두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만두었죠. 근데 월급도 아직 안 줘요.”

이런 분들한테는 논리가 필요 없다. 해고예고수당이 됐든, 퇴직금이 됐든, 실업급여가 됐든 뭐든 안겨주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주유소장 만나 녹음을 해서 다시 찾아오시라 했다.

그리고 택시노동자들 찾아오시고, 몇 가지 말씀드리고, 좀 있다 모 회사에서 찾아왔다. 직책이 이사인데 평사원으로 강등되었단다. 여성이다. 얼마나 억울했던지 스스로 말하기를 눈의 실핏줄까지 터질 지경이었단다. 금방이라도 활활 타버려 소진해버릴 것 같았다. 꼭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겠다고 하는데 몇 가지 자료 준비할 것 챙겨주고, 다음에는 좀 더 편안해져서 오시라 했다. 그런데 도저히 편안할 것 같지 않단다. 그래, 나도 편안치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법률 용어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아무리 상담을 많이 해 보았어도 참 풀어내기 어려운 말.

 

 

 

작성일 : 2012년 2월 7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