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의 진실

2014. 5. 30. 15:32센터를 찾은 사연

 

 

며칠 전 연세 70세가 넘은 두 분과 같이 노동부에 출석했다.
이 분들은 관광여행사에서 운전직으로 근무하다 2년 전에 퇴직을 하면서 퇴직금을 못 받았다고 한다. 이 분들은 생각을 못 하셨지만 연차휴가수당이라는 것도 못 받았다. 특히 그 중 한 분이 문제다. 이 분은 2년 전에도 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한 적이 있다. 물론 퇴직금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가 노동부에 팩스로 퇴직금영수증이라는 것을 보내왔다. 감독관이 “퇴직금 받으셨네요”라 말하고, 본인이 아무리 안 받았다고 해도 결국 진정 건은 유야무야 처리되었다.

그리고 2년 후에 센터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다. 그 퇴직금영수증이란 것을 가지고 오셨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신다.
“근무 중에 백지 같은 거 갖고 와서 이름 쓰고 지장 찍으라고 한 적은 있어. 거기다 썼는지는 모르지만 퇴직금 영수증에다 이름 쓴 적은 정말 없어.”
...
“내가 거지야? 안 받은 퇴직금을 달라고 해? 이거 없어도 나 먹고 살 수 있어. 억울해서 이러는 거야.”

그래서 노동부에 다시 진정을 하게 된 것이다. 감독관이 사장에게 묻는다.(사실 사장은 남편이고 출석한 사람은 이사다.)
“현금출납부 같은데다 퇴직금 지급한 내역 적은 거 있을 거 아녜요?”
“우리 회사는 그런 것 안 적어요.”
“아니 법인인데 그렇게 관리를 하나요?”
“예. 우리 회사는 이렇게 관리해요.”
“내내 통장으로 월급 주다가 어떻게 퇴직금만 현금으로 줄 수 있어요?”
“아저씨가 현금으로 달래요. 그래서 현금으로 줬어요.”
“그래 10원 단위까지 다 계산해서 준 거란 말예요?”
“예 그냥 줬어요.”

말하는 투가 감독관도 졸로 보고 있다. 확정은 지을 수 없지만 뭔가 의심스럽다. 도대체 진실은 뭔가? 이렇게 여러 말이 오가다 사장이 진정인을 쳐다보며 반말 투로 내뱉는다.
“그래 설령 퇴직금 안줬다 치더라도 이런 게 아니란 말이지. 형편 어려우니 몇 십만 원이라도 달라고 하면 되지 이렇게 노동부를 찾아와?”

일단 퇴직금영수증 원본과 현금출납기록을 제출하라 하고 1차 조사를 끝냈다. 나도 사실이 뭔지 잘 모른다. 이 퇴직금영수증이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그러나 의심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적어도 조사를 받으며 느낀 것은 사업주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일 시킨 것을 마치 큰 혜택이나 준 것 마냥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 2차 출석 때도 같이 가 볼 생각이다. 나도 궁금하니까.

 

 

2012년 9월 18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