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는 상담일지4. “나에게 상담은 변화를 소망하는 일”
“당신에게 상담은 어떤 의미를 갖느냐?” 라고 누가 물으면 나의 답은 이렇다. “나에게 상담이란 변화를 소망하는 일”이다. 업을 하는 노무사에게 나 역시 그랬듯이 상담은 돈을 버는 일이요,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상담은 조직화를 꾀하는 일이요,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상담은 공무를 수행하거나 법을 집행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나에게 상담은 변화를 소망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일이다. 그 변화란 경우에 따라 임금을 못 받은 이들이 돈을 받도록 하는 것,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노동조합의 길을 안내해드리는 것, 노동인권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지역 사회에 알려 함께 나누는 것, 이도저도 어려운데 억울함이 있다면 사업주와 협상...해서 합의금이라도 받아내는 것, 길이 보이지 않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들에게 그저 술벗이라도 되어 주는 것, 설령 당장 변화가 어렵더라도 센터 회원으로 가입시켜 변화의 종자로 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그다지 드러날 것도 없으나 대단한 역동성을 품은 나의 상담일을 사랑한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마시는 술이 맛있기도 하다.
이틀 전 공민교통 두 명의 해고사건 심문회의가 끝났다. 어용위원장이 합의한 정년 단축을 이유로 쫓겨났는데 부당해고로 인정은 받았지만 6개월짜리 유예기간을 둔 반쪽짜리 승리다. 두 명의 해고자 모두 50대 중반이다. 택시노동자로 살아온 이들에게 무슨 모아놓은 돈이 있어 장기투쟁을 하라고 선동할 수 있겠는가? 6개월 해고 유예 판정이 실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술자리에서 한 분은 너무 즐겁다. 일단 이겼다는 게 중요하단다. 또 한 분은 내 손을 꼭 붙잡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이것도 변화다.
얼마 전 노동부에 퇴직금 문제 때문에 출석한 일이 있다. 산후조리사를 알선하여 파견하는 업체의 회원으로 몇 년을 일하다 그만 둔 분인데 억울할만한 사정이 있었다. 노동부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자고 출석한 것은 아니었다. 추측만 할 뿐인 사업주의 탈법행위를 슬쩍 건드리자 퇴직위로금으로 주겠으니 합의하잔다. 합의금을 받고 이 분이 센터에 후원까지 해주셨으니 이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상담으로 인연을 맺은 한 분이 있다. 해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가 복직을 했는데 그 후 다른 지역으로 파견 발령을 받았다가 발령기간이 끝나고 복귀를 하니 직위해제 처분이 내려졌다. 다시 꼬투리를 잡아 해고를 시키려 한다. 이 분과 인연을 맺은 지 한 4년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신경정신과 의원을 다니며 잠을 못 이루었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쌓였다. 차분하게 다시 싸울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 분은 소위 보수단체 소속 근무자이다. 이 분이 한 얘기가 있다. “예전엔 몰랐는데 민주노총이나 이런 인권단체 같은 곳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얼마 전 청주노동인권센터 정기 총회를 다녀가셨는데 며칠 지나서 월 후원회비 10,000원을 20,000원으로 올려 주셨다. 평생 잊지 못할 변화다. 왜냐고?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나의 틀에 박힌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사람과 변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예전보다 조금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