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30. 15:11ㆍ노동&이슈/성명&논평
위험천만한 반도체 작업환경에서 일하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사내하청업체인 에이스세미콘에서 한 달 간 일 했던 24살 청년 박OO의 제보를 통해 반도체, 전자산업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 건강했던 그는 회사에서 근무한지 한 달 만에 온몸에 붉은 발진이 일어나는 피부병이 발생하여 더 큰 병이 생길까 두려워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박씨가 증언한 하이닉스 작업환경은 참으로 참담했다. 박씨가 담당한 작업은 반도체 장비를 세정하는 작업이었다. 반도체 세정작업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각종 장비를 주기적으로 해체하여 반도체 생산시 생성된 부산물(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인 포스핀, 아르신, 보론 등)을 유해물질이 가득한 세정제로 청소하는 작업이다. 그를 포함하여 함께 일하던 54명의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세장작업을 하기 위해 배관을 뜯고 세척을 했는데 작업 할 때마다 역한 냄새들을 맡았다고 한다. 이 때 보호구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전부였다. 밀폐된 세정실에 설치된 세정기에서는 HF(불산), IPA(이소프로필알콜)와 같은 위험한 용제들이 채워져 있었고 이렇게 위험한 세정용액이 세정기를 통해 반도체 장비에 뿌려질 때 액체가 노동자들의 눈이나 피부에 그대로 튀었다고 한다. HF(불산)은 피부와 세포 조직까지 화상을 일으키고 성문 폐색과 폐부종의 원인이 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IPA는 구토, 두통, 어지러움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게 하는 유독 물질이다. 해체된 배관에서 나오는 가스와 가루, 유해한 세정액이 눈, 호흡기, 피부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할 방법이 이 사업장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최소한의 보호도 이루어지지 않은 작업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위험에 그대로 방치된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입사한 지 1주일 후부터 속이 메스껍고 구토와 어지럼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 주에는 온 몸이 가렵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운 면적이 커졌고 온 몸에 발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진료를 받은 결과 “중독성 피부발진”이란 진단을 받았다. 박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2개월 동안 근무한 이OO씨는 손가락과 손, 팔의 피부가 심하게 벗겨졌다. 단지 1~2개월을 근무했을 뿐인데 이 곳에서 수 년동안 일한 노동자의 몸은 어떤 상태인지 너무도 걱정스럽다. 현재 병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향후 어떤 질환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많은 노동자들이 유해위험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죽어간 많은 노동자들의 사건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반도체 공정 전반이 각종 유해화학물질로 가득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자체가 안전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똑똑히 알고 있다. 이번 박OO의 증언을 통해 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의 작업환경은 최소한의 안건보건을 위한 조치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러한 작업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1. SK하이닉스는 당장 작업환경 전반을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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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2년 7월 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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